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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88903124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08-05-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에필로그
'제이콥의 손'을 소개하며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제이콥의 눈에는 깊은 동정심이 가득하다. 제이콥은 침대 가까이 의자를 끌고 가서 얼에게 바짝 다가가 앉은 다음, 한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런 생각들은 이제 보내 버려요. 당신은 지금 온몸이 묶여 있어요.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어요. 그건 자신에게 스스로 매달리는 것과 같아요. 너무 움켜주고 있어서 피가 안 통할정도예요. 겁이 나서 뭔가 붙잡고 싶어 꽉 잡았지만 당신이 잡은 건 당신 자신일 뿐이에요. 스스로 숨 막히게 목을 조르고 있어요.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보내 버려요. 할 수 있죠? 모두 보내 버려요.” 그는 용기를 북돋우려는 듯이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얼의 온몸을 두 손으로 잠깐 쓰다듬는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그의 손이 가슴으로 돌아와 멈춘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린다.
“물에 빠진 사람과 똑같아요. 물에 빠지면 자기를 구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뭔가를 움켜잡죠. 하지만 그건 자신의 목이에요. 스스로 숨 막히게 조르는 거예요.” 제이콥은 손을 움직여 얼의 심장 근처를 부드럽게 두드린다. 한 번, 또 한 번 계속 반복한다.
“보내 버려요. 보내 버리세요. 당신 자신에게 매달려서는 안 돼요. 보내 버려야 해요. 그래야만 병을 이기고 나을 수 있어요.” 얼은 팽팽하고 과민하게 솟아 있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자 늘 가쁘고 힘들던 숨이 한결 깊고 편안해진다. 얼은 머리를 베개 속으로 깊숙이 파묻고 온몸에서 힘이 빠지듯 편안한 상태로 자리에 누웠다. - 86~87쪽
그가 손으로 개를 계속 문지르는 동안 세 사람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흐른다. “병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축복이에요.” 여자가 감동한 듯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에릭슨은 개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조금 어두운 말투로 반문한다. “물론이죠. 왜 아니겠어요? 세상에 꼭 필요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동물만 치료하시나요?” 남편이 가만히 묻는다. “가끔 아이들도 하지요. 어린 아이들이요.” “어른은 안 하세요?” 에릭슨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이제는 안 해요.” “왜요?” 에릭슨의 대답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여자는 조금 따지는 듯한 말투로 묻는다. “왜냐구요?” 에릭슨은 그들을 쳐다본다.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에릭슨이 불쑥 말한다.
“성경을 한번 읽어 보세요. ‘다리가 마비된 병자에게 네 죄가 다 사해졌노라고 말하는 게 쉽겠느냐, 아니면 자리를 걷고 일어나서 걸으라고 말하는 게 쉽겠느냐.’라는 구절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는데 잘못될 일이 뭐가 있어요? 그럴 리 없어요.”
-12~14쪽
“샤론, 내 사람! 왜 언제나 이렇게 지낼 수 없는 거죠? 우리 둘이서만, 즐겁게 말이에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제이콥이요. 하지만 제이콥은 나처럼 당신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제이콥은 아무도 필요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독립적인 사람이죠. 어디든 가고 싶은 대로 가고, 뭐든 하고 싶은 걸 하고요. 나는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요. 나 혼자서는 너무 외롭고 두려워요.?????.”얼의 말투는 아주 부드럽고 보다 간절해진다. “맞아요. 제이콥은 훌륭해요. 그는 아마 성인(聖人)이거나 그 비슷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성인이 아니고 그렇게 되지도 못하죠. 우리는 젊고, 원하는 게 같고, 농담에는 똑같이 웃어요. 아마 당신은 나를 제이콥처럼 느끼지 않을 거예요. 나도 그걸 바라지 않아요. 당신은 나를 여자애가 남자애를 좋아하는 식으로 좋아해요. 바로 그러예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해요. 왜 그래서는 안 되죠?나는 돈이 있고 그걸 당신에게 쓰고 싶어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내가 그렇게 하도록 해줄 건가요?” 샤론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자 얼이 그녀에게 더 바싹 다가간다. 그녀는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가 달콤하게 속삭인다. “샤론, 나는 당신을 간절히 원해요. 난 당신을 가져야 해요. ‘예스’라고 말해요. 제발 예스라고 말해줘요.”- 38~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