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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0090409
· 쪽수 : 250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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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3년 전, 예정된 우연을 만나다
고물로 어머니 모실 궁궐을 짓다
어머니가 거신 전화
내리는 눈을 만지며 "세상 많이 좋아졌네"
나시래이 안 뜯어오고 웬 발금다지냐?
"어머니는 똥대장"
필사적으로 부엌 문턱을 넘으신 어머니
눈부시게 발전한 내 밥 짓는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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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많은데 왜 노화는 없을까? -어머니 읽을거리를 직접 만들다
어머니와 양지바른 마루에 앉아
발문
리뷰
책속에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 못지않게 어머니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 시도한 것이 청국장 만들기였다. 하룻밤 콩을 물에 불려 어머니에게 보여 드렸더니 "됐다!"고 하시면서 '솥에 넣고 삶아라'가 아니라 '가자, 가서 삶자'고 하셨다.
어머니 신발을 신겨 드리고 마루에서 부엌으로 가는 흙바닥에 방수포를 깔았다. 어머니가 거침없이 마루 아래로 내려앉았다. 땅에 몸을 끌면서 앉은 채 부엌으로 가다가 문턱에 걸렸다. 한쪽 무릎을 문턱에 걸치고는 윗몸 무게를 앞쪽으로 왈칵 쏠리게 하면서 한쪽 엉덩이를 문턱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어머니는 다리 못 쓴다는 핑계로 앉은 채 물 떠 와라, 콩 삶겼는지 한 숟갈만 퍼 봐라, 안 눋게 주걱으로 휘휘 저어라, 빨래는 다 했느냐며 온갖 집안일을 챙기고 나섰다. 이것저것 잔소리가 많아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장작을 너무 잘게 패서 불땀이 없다고 야단을 쳤다. 저러다 또 한 건 하지 싶어서 분위기도 바꿀 겸 내가 한마디 했다.
"어무이, 오줌 눌 때 안 됐어요? 오줌 좀 누러 가입시다."
"오줌? 여따 눠 삐리지 뭐."
"예?"
"불도 따끈따끈해서 싸도 잘 마르겠네. 하하하하."
"안 돼요. 여따 누면 안 돼요! 옷 빨기 힘들어요!"
"옷 빨드래도 내가 빠나 니가 빨지!"
우리 모자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