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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슬라보예 지젝/슬로베니아 학파
· ISBN : 9788991799325
· 쪽수 : 588쪽
· 출판일 : 2008-05-30
책 소개
목차
1부 문 앞에 다가온 혁명 _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01 _멀리서 쓴 편지들
02 _당면한 혁명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임무(‘4월테제’)
03 _슬로건에 관하여
04 _임박한 파국, 어떻게 그것과 싸울 것인가
05 _혁명의 한 가지 근본 문제
06 _볼셰비키는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
07 _마르크스주의와 봉기
08 _혁명의 임무
09 _위기가 무르익었다
10 _한 국외자의 조언
11_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
12_페트로그라드 노동자·병사 대의원 소비에트 회의
* 1부 레닌 글의 출전
2부 레닌의 선택 _슬라보예 지젝
01 _진리로 나아갈 권리
02 _유물론을 다시 생각한다
03 _스탈린주의의 내적 위대성
04 _슈베르트를 듣는 레닌
05 _레닌은 이웃을 사랑했는가?
06 _‘행동으로의 이행’에서 행동 자체로
07 _실재의 사막에 온 것을 환영한다!
08 _폭력의 기능
09 _순수 정치에 반대하여
10 _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믿는지 모른다
11 _“문화 자본주의”
12 _사이버스페이스 레닌?
13 _탈정치에 반대하여
14 _회귀 대 반복
*옮긴이 후기
*러시아 혁명 연보
*찾아보기(용어·인명)
리뷰
책속에서
1937년의 한심한 독일 뮤지컬〈가스파로네(Gasparone)〉에서 젊은 마리카 뢰크는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약혼자에게 쌀쌀맞은 태도를 보였다고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자 즉시 대꾸한다. “나는 그이를 사랑해요. 따라서 내 마음대로 그이를 대할 권리가 있어요!” 이 진술에는 어느 정도 진실이 있다.
사랑은 “존경”과 “사려”-모두 차가운 거리감의 신호다.-를 보여주도록 강요하기는커녕, 외려 그런 형식적 태도를 버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일종의 백지수표를 주어 모든 야수적인 태도를 정당화해준다는 뜻일까? 아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기적이다.
사랑은 자체의 기준을 설정한다. 따라서 사랑의 관계 안에서는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가 금방 분명해진다(‘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들이 내가 어떤 사람의 진짜 친구라는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374쪽, '레닌은 이웃을 사랑했는가?' 중에서)
관용을 가지라는 다문화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명령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중 구속이 작동하지 않을까? 여기서도 진짜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지나친 향락의 과시로 너를 역겹게 하는 혐오스러운 ‘타자’를 사랑하라! 이런 명령에도 반전이 덧붙어 있는데, 이것은 왜 자유주의적 주체가 이런 명령을 기꺼이 따르려 하는지 설명해준다.
“그러나 학대는 종류를 막론하고 절대 불관용이다!” 즉 ‘타자’ 자신이 관용을 보이는 한에서 그에게 관용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타자’에게 보여주는 관용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관용이라는 우리의 관념에 맞지 않는 모든 (“근본주의적”인) ‘타자’들 - 간단히 말해서 모든 실제 ‘타자’들 - 을 향한 파괴적 분노로 넘어간다.
똑같은 논리가 가족의 안식처에도 적용된다. 자식들에 대한 무한한 헌신은 어머니의 희생에 감사할 줄 모르는 현실적인 자식들에 대한 파괴적 분노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중 구속을 향해 (자기) 파멸적인 ‘행동으로의 이행(passage ?l’acte)’이 폭발한다. - 385쪽, '행동으로의 이행’에서 행동 자체로' 중에서)
오늘날에는 행동하라는 직접적인 요청을 따른다 해도, 이 행동은 허공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배적인 이데올로기 좌표 안에서 이루어진다. "민중을 돕기 위해 진정으로 뭔가 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국경 없는 의사회, 그린피스, 페미니스트 운동, 인종 차별 반대 운동과 같은 (의심의 여지없이 명예로운) 훌륭한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행동은 경제 영역에도 침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예를 들어 생태 환경을 존중하지 않거나 아동 노동을 이용하는 기업을 비난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 미디어는 이런 활동을 묵인할 뿐 아니라 심지어 지원하기도 한다. 어떤 한계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묵인하고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활동은 상호 수동성, 즉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가 진짜로 일어나는 것, 진짜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의 완벽한 예다. 열광적으로 인도주의적인, 정치적으로 올바른 등등의 이 모든 활동은 "계속 뭔가 변하게 해서 세계적으로는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게 하라!"는 공식에 들어맞는다.
일반적인 '문화 연구'가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이것은 할리우드의 자유주의적 편집증을 애증하는 규격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적은 단순히 자본주의와 국가 장체가 아니라, "체제"이고, 숨은 "조직"이고, 반민주주의적 "음모"다.
이런 비판적 자세의 문제는 구체적인 사회적 분석을 추상적인 편집증적 환상에 대한 투쟁으로 대체할 뿐만 아니라, 편집증 환자의 전형적인 태도와 마찬가지로 사회 현실을 불필요하게 이중화한다는 것이다. (269~270쪽, '진리로 나아갈 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