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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9190918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0-09-20
책 소개
책속에서
“그래? 옆에서 보기엔 굉장히 필사적인 것 같았는데.”
“음, 필사적인 건 사실이야. 나도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정도니까. 30년 전통의 밴드부를 없애고 싶지 않아서? 형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작년 ‘혼덴고 마니아’에 잡일 담당으로 참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분해서? 얼마 전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끼워 맞추곤 했어.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럼 어째서?”
“즐거우니까.”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자연스럽게 그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요즘, 넷이서 연주하는 게 너무 즐거워. 혼자 기타를 치고 있을 때에는 이런 즐거움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어. 가끔, 아니, 종종 상상하곤 해. 내가 ‘혼덴고 마니아’에서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강당을 반 이상 가득 채운 관객들이 우리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드는 거야. 혼자 계단에 앉아 있었던 때에는 그냥 아련한 동경이었지만, 지금은 그 광경이 뚜렷하게 떠올라. 신타로가 시뻘건 얼굴로 코러스 파트를 부르며 베이스를 치고, 토오루가 긴 팔다리를 휘두르며 큰 소리로 리듬을 만들고, 유사쿠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여유 있게 기타를 치는 모습이. 혹시 내가 공연 때 감기라도 걸려서 그 속에 없으면 어쩌나, 그런 상상만 해도 한밤중에 눈이 번쩍 떠질 정도야. 어쨌든,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혼덴고 마니아’에 나가고 싶어. 넷이서 그 스테이지에 서고 싶어. 신나게 날뛰어 보고 싶어. 그게 이유야. 이상해?”
“아니.”
아키는 작게, 그러나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지평선 위의 구름 띠에 태양의 윤곽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