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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법과 생활 > 법률이야기/법조인이야기
· ISBN : 9788992008686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7-06-23
책 소개
목차
서문
Ⅰ 국권 강탈기의 인권변호사들
항소는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도마 안중근을 변호한 변호사들_성암 안병찬 외
만인 가운데 하나를 만나기도 어려운 선비의 지조: 가인 김병로
법복을 입은 독립투사: 애산 이인
대한민국에서 부를 수 없었던 불온한 이름: 긍인 허헌
Ⅱ 해방 이후와 유신 독재시기까지의 인권변호사들
법은 올바른 입법자와 운용자를 만날 때 비로소 진가가 발휘되는 운이다: 심당 이병린
지혜의 소금, 양심의 소금, 용기의 소금: 범하 이돈명
대한민국 절반의 희망이 된 여성 1호 변호사: 이태영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말하기 위해 싸운다: 황인철
Ⅲ 신군부 독재시대의 인권변호사들
억울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 조영래
원칙과 상식을 꿈꾸었던 이상주의자: 노무현
이긴 적 없지만 늘 이겼던 변호사: 산민 한승헌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을 면회한 후 그는 뤼순 고등법원에 변호사 선임계를 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조선 변호사는 만주 법원에서 변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안병찬의 선임계 접수를 거절했다. 안병찬은 “피고인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미리 사형을 선고한 것과 다름없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분함을 이기지 못해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피를 토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피고인들이 형언 못할 고문을 당한 것이 분명하니 검진해주기를 바란다. 피고인들의 옷을 벗겨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애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피고 중 한 사람이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그러자 너도나도 앞다투어 옷을 벗었고 재판장은 순식간에 나체로 가득 차버렸다. 피고들의 몸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예심을 끌며 상처를 아물린 다음에 진행된 공판이었음에도 상처에서는 여전히 진물이 흘렀다. 이때 애산은 그들의 나체를 보며 장하다고 해야 할지 비장한 용기라고 해야 할지 모를 감동에 가슴이 메었다고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는 사법부가 변호사들의 변론을 인정할 리는 없었다. 재판은 형식이었다. 그들은 그냥 법복을 입은 군인이었다. 김지하가 재판정에 들어설 때는 무려 30명의 교도관이 따라붙어 공포감을 조성했고, 방청석은 정보부 요원들밖에 없었다. 변론의 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희망이라고는 재판 기일을 늦추면서 국제 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길뿐이었다. 변호인단들로서는 지금의 재판부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재판을 끌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