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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227226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1-04-01
책 소개
목차
1.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다시 모스끄바로
2. 서로 다른 길을 가던 작가 지망생들
3. 속세를 떠난 외톨이 은둔자
4. 작가 양성의 요람 뜨베르스꼬이 가로수길 25번지
5. 변두리를 맴돌던 애송이 작가의 좌절
6. 은둔 생활을 접고 정글 같은 세상으로
7. 뜻밖의 도움으로 시작된 넓은 바다를 향한 여정
8. 출판 과정에서 칼자루를 쥔 검열관
9. 행운으로 끝난 장편 《다람쥐》의 모험
10. 거대 관료 조직 구소련 작가동맹
11. 소비에트 문학의 메카 "쩨데엘"의 몰락
12. 내 문학 정신의 고향 순수한 러시아 농촌
13. 농촌에서 발견한 체제 붕괴의 징후
14. 대표작들의 산실 풍요로운 마을 네먀또보
15. 러시아어로 글 쓰는 이방인의 고뇌
16. 광활한 러시아에서 체험한 무한한 존재의 공간
17. 타국 땅에서 발견한 진정한 나의 모습
18. 기나긴 방황의 종착역 아버지 나라 한국
책속에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은둔 생활을 하던 시절, 내 영혼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서로 다른 시대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을 감화시킨 소설가 레프 똘스또이였다. 한국의 옛 시인 김시습의 후예로 소련 땅에 떨어져 외로운 삶을 살고 있던 나 자신을 포함해서 똘스또이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둘러싸고 있는 삶의 적대감, 잔인성, 기만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거부하며, 세상의 질서가 그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사회의 외면적 공간보다는 오히려 개개인의 내면세계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똑똑한 머리나 높은 학식을 자랑스레 떠들어대는 것은 문학에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어떤 혼,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힘찬 분출이다. 그것이 도대체 어디에서 우리 인간에게 다가오는지 알 수도, 또 알 길도 없다. 요컨대, 작가가 되기 위한 어떤 학습 과정이나 학교도 없으며, 또 있을 수도 없다는 말이다. 신성한 영혼만이 시인과 소설가를 가르치는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교육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자면 사람은 의당 어떤 내면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할 텐데, 그게 바로 재능이라 불리는, 신이 내려 준 선물인 것이다.
러시아 농촌에 살면서 진정한 러시아의 가슴을 체험한 다음부터 그것에 완전히 매료된 나는 나중에는 러시아 농촌을 경외하기까지 이르렀다. 어느 교양서적도, 그 어느 러시아 철학자나 작가도, 심지어는 똘스또이나 도스또옙스끼 같은 대문호조차도, 랴잔 숲 속의 한 외딴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 네먀또보만큼 나를 깨우쳐 주지는 못했다. 바로 그 시골 마을에서 러시아어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었던 내가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러시아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