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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시대 일반
· ISBN : 978899243300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3-04-22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양 관, 임금이 행색도를 청렴의 표본으로 삼다
이 서, 뛰어난 수완으로 나랏일을 돌보다
홍언필, 판서 위세 부린 아들을 꾸짖다
조사수, 만조백관이 인정한 청문으로 들어가다
김신국, 죽은 조상은 손자의 일을 모른다
이문원, 낙방자의 답안지에서 급제자를 뽑다
이시백, 구멍 난 부들방석도 조심스럽다
홍수주, 얼룩진 비단치마에 포도그림으로 갚다
이 해, 공신전 반환하고 백성에게 돌려주다
김수팽, 죽을 각오로 바둑판을 쓸어버리다
이지함, 걸인청으로 빈민을 구제하다
김덕함, 단벌 옷 빨아 알몸에 관복만 입고 외출하다
이약동, 돈 보기를 흙처럼 하다
이 황,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다
백인걸, 대의를 위해 핏줄도 잘라내다
민성휘, 한 밥상에 두 가지 고기 반찬을 올리지 않는다
이수광, 초 한 자루로 백성의 수고로움을 알다
이 탁, 손님에게 술 대신 간장 탄 냉수 대접하다
장응일, 나이 칠십 동안 무명이불만 고집하다
신 흠, 평생을 옷 하나, 이불 하나로 살다
이시원, 돗자리를 짜서 생계를 잇다
홍 흥, 왕자도 엄한 법규로 다스리다
송인수, 관기의 유혹을 뿌리치다
정 붕, 잣은 높은 산에 있고 꿀은 백성의 집 벌통 안에 있다
정태화, 서른일곱 번 영의정 사표를 내다
임 담, 철저하게 청탁을 제거하다
이후백, 죽마고우의 명태 한 마리도 받지 않는다
오윤겸, 색과 투와 득을 계로 삼다
조원기, 한평생 나물과 오이로 연명하다
정광필,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다
리뷰
책속에서
“예, 틀림없이 쥐들이 먹었습니다.”
으레 이런 부족량을 서축鼠縮이라고 해서 백성들로부터 거두어 쌓아둔 곡식이 축이 나는 핑계를 쥐 먹은 탓으로 돌려 육방관속들이 훔쳐 먹었던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구워 바치는 소금이 몇 섬인데 나라에 바친 소금은 얼마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쥐가 먹었느냐?”
“예, 그것도 쥐가 먹은 줄로 아뢰오.”
이약동은 불같이 노했다.
“쥐가 먹었다고? 쥐가 얼마나 많은지는 몰라도 이렇게 수십 섬의 소금을 몇 달 만에 먹었단 말이냐? 그 쥐는 필시 내 앞에 엎드린 네 놈들이 분명하다!”
이러면서 소금 창고를 맡았던 창고지기며 문서를 쥔 아전배들을 모두 뜰 앞에 꿇어 놓고 각기 소금 한 바가지씩을 안겨 주고는 소금을 먹도록 엄하게 꾸짖었다.
“너희들은 큰 쥐니 필시 이만한 소금쯤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자, 어서 소금을 먹어봐라. 만약 명령대로 이 소금을 다 먹으면 쥐가 먹어 축을 낸 것으로 알겠지만 못 먹으면 너희가 먹은 것으로 알겠다!”
사람이 무슨 재주로 한 바가지 소금을 다 먹을 수 있겠는가?
-이약동, 돈 보기를 흙처럼 하다
호랑이 법관 한성부좌윤 홍흥이 위엄 있게 거리를 행차하는데 그 초헌(?軒) 앞에 활개를 떡 벌리고 막으며 술 취한 소리로 말했다.
“나리, 나리, 술이 이렇게 좋은 것 아니요! 그러니 이제는 금주령을 좀 풀어 주시오.”
동네 할멈들이 어디서 술을 구해 먹었는지 잔뜩 취해 노래를 부르는가하면 손뼉을 치며 춤을 추고 금주령을 풀어 달라니 아마 그 무지렁이 백성들은 술이 너무 취해 하늘이 돈짝 만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러자 초헌에 앉아 있던 홍흥은 물끄러미 술 취해 노는 늙은 할멈들의 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냐! 금주령을 풀어주마. 그러나 금주령이 풀렸다고 해서 술을 너무 많이 먹고 나라 재물을 많이 축내면 안 되느니라!”
이튿날로 금주령을 풀어주어 제삿술도 마음대로 못 올려 고통을 느껴오던 일반 서민들의 칭찬을 받은 것이다. 어느 나라건 금주령을 철저히 오래 내릴 수는 없었다. 비가 안 오거나 흉년이 겹쳐 금주령을 내렸던 나라도 일단 그 흉년에서 숨을 돌리면 다시 금주령을 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홍흥, 왕자도 엄한 법규로 다스리다
백인걸은 묵묵히 앉아 술잔을 다 받아 마시더니 한 마디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미 내 몸은 임금께 바쳤는데 어찌 사사로이 늙은 어미를 생각할 수 있는가?”
이 한 마디가 청백리 백인걸의 사생관이기도 했고 이도관吏道觀이기도 했다.
남자가 세상에 태어나 한 번 ‘벼슬길’에 나왔을 때는 ‘몸’을 이미 임금, 즉 ‘나라’에다 바친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효성이 출천한 자식의 입장이라도 ‘몸을 바친 나라’에 먼저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었다. 요즘 말하는 ‘先公後私(선공후사)’나 ‘滅私奉公(멸사봉공)’한다는 뜻에 통하는 생각이었다. 그러자 허자도 더 이상 백인걸을 유혹하거나 위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허자도 묵묵히 앉아 있다가 술잔을 건네면서 말했다.
“그럼 내일이면, 자네가 죽을 것일세.”
백인걸은 그 쓴 술잔도 아무 말 없이 받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허자는 대문 밖까지 따라 나오면서 백인걸의 손목을 쥐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할 수 없다. 내일이면 자네는 군자가 되고 나는 소인이 되는 구나….”
-백인걸, 대의를 위해 핏줄도 잘라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