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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9400667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3-04-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세기말의 기억
황인수기
옮긴이의 말 | 세기말의 지속_김태성
작품 연보
리뷰
책속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마모시키고 부식시켜 없애버린다. 시간이 흐르면 아야오에 대한 기억도 점차 사라져 결국에는 희미해져버릴 것이다. 이런 생각에 나는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순간의 슬픔을 더없이 강하고 단단한 결정체로 응결시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글쓰기 속에서 한 번 또 한 번 반복해서 상처를 깊이 새기고 죄의 흔적에 채찍질을 더하는 것이었다. 고통으로 기억을 가둬 절대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글을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가 되면 펜을 던져버리고 쓰러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게는 더 이상 감정도 없고 지각이나 형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전부다.
아야오는 힘주어 말하곤 했다.
“퀴어라는 이름 어때? 내가 바로 이거야. 우리는 너희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드시 구별해서 말해야 한단 말이야.”
아야오는 게이가 백인 남자 동성애자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정치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용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퀴어는 다르다고 했다. 퀴어는 남자와 여자, 황인종과 백인종, 흑인종을 막론하고 전 세계 이성애와 동성애의 모든 변종을 다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퀴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극도로 난해하고 지루한 『성의 역사』는 그의 참회록에 다름 아니다. 그가 제시한 성과 권력의 관계는 학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확장되고 재해석되어 왔다. 활용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였다. 하지만 이런 학자들은 언어의 유희를 하는 것에 불과했다. 기호와 기호가 지칭하는 대상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애당초 대상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푸코는 그렇지 않았다. 그에게는 대상이 있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이 몸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 세계가 바로 그의 대상이었다. 푸코는 자신과 이 세계 사이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변론과 학술이었지만 그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