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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4054056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들어가는 말
제1장 놀이는 문화적 현상이다: 그 본질과 의미
놀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문화의 기능을 담당하는 놀이
놀이와 진지함
놀이의 일반적 특징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다
놀이의 예외적이고 특별한 지위
놀이는 경쟁 혹은 재현이다
놀이와 의례의 관계
놀이의 진지한 측면
놀이와 축제의 관계
놀이와 종교의 관계
제2장 언어에서 발견되는 놀이 개념
그리스 어 아곤(agon)
산스크리트 어, 중국어, 알공킨 어
일본어, 셈 어, 라틴 어
게르만 어와 영어
놀이와 경기(아곤)의 관계
음악과 에로스
놀이와 진지함의 상보적 관계
제3장 놀이와 경기는 어떻게 문화의 기능을 발휘하나
놀이의 대립적 성격
경기를 놀이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
승리와 부상(副賞)
놀이와 원시 사회
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콰키우틀 관습
포틀래치는 사회적 현상이다
멜라네시아의 쿨라 제도
칭찬과 명예
문화 속의 과시적 요소
무파카라와 무나파라
그리스, 게르만, 프랑스의 전통
경기(아곤)는 문화의 보편적 요소
문화를 추진하는 아곤의 요소
제4장 놀이와 법률
소송은 놀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행성 게임, 경기, 말싸움
신부를 얻기 위한 경기
법적 절차에서 발견되는 내기의 두 가지 요소
그린란드 에스키모의 분쟁 해결 방식
제5장 놀이와 전쟁
문화적 기능을 담당하는 싸움
단 한 판의 싸움
사법적 결투
일반적 결투
전쟁의 아곤적 요소
적에 대한 예의
중세의 군사적 관습
국제법은 아곤에서 유래
중세의 기사도 정신
러스킨의 전쟁 예찬
제6장 인식(지식)의 수단이 되는 놀이
베다의 수수께끼 게임
철학의 탄생
수수께끼의 본질
수수께끼의 사교적 역할
철학적 질문과 답변
수수께끼와 철학의 관계
제7장 놀이와 시
신들린 시인 바테스
시는 놀이에서 생겨났다
사랑의 법정
교훈시
신화, 시가, 놀이
신화의 본질
시는 말로 하는 놀이
시는 존재와 생각을 이어 준다
시는 놀이 정신의 최후 보루
제8장 신화 창조의 요소들
의인화는 놀이의 한 요소
의인화는 마음의 습관
서정시, 서사시, 드라마
제9장 철학에서 발견되는 놀이 형태
소피스트의 기술
소피스트리와 프로블레마
플라톤과 미모스
철학이 발전해 단계
로마 시대와 중세의 철학
12세기의 학교와 학파
학문의 아곤적 성격
제10장 예술에서 발견되는 놀이 형태
음악과 놀이
그리스의 음악 사상
디아고게
미메시스
음악의 기능
무용은 순수 놀이
조형 예술의 비 놀이적 특징
예술 작품의 의례적 성질
실러의 놀이 본능
조형 예술의 아곤적 요소
제11장 놀이의 관점으로 살펴본 서양 문명
로마 제국 시대
중세 시대
바로크 시대
로코코 시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
놀이를 배척한 19세기
제12장 현대 문명에서 발견되는 놀이 요소
현대 스포츠
놀이와 분리된 스포츠
카드 놀이의 폐해
현대의 상거래
현대 예술
현대 과학
유치하고 그릇된 놀이
정치의 놀이 요소
국제 정치와 현대의 전쟁
해설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우리의 시대보다 더 행복했던 시대에 인류는 자기 자신을 가리켜 감히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라고 불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인류는 합리주의와 순수 낙관론을 숭상했던 18세기 사람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고, 그리하여 현대인들은 인류를 “호모 파베르(Homo Faber: 물건을 만들어내는 인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faber(물건을 만들어내는)라는 말이 sapiens(생각하는)라는 말보다는 한결 명확하지만, 많은 동물들도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말 역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인간과 동물에게 동시에 적용되면서 생각하기와 만들어내기처럼 중요한 제3의 기능이 있으니, 곧 놀이하기이다. 그리하여 나는 호모 파베르 바로 옆에,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수준으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를 인류 지칭 용어의 리스트에 등재시키고자 한다.
놀이를 동물이나 어린아이의 생활에 나타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기능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생물학과 심리학의 경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문화를 예의 주시해 보면 놀이가 문화의 정립 이전부터 당당한 크기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고, 이어 선사 시대의 초창기부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수반하면서 그 속에 침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놀이가 ‘일상’ 생활과는 구분되는 잘 정의된 특질을 가진 행위로 정립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과학이 어느 정도까지 이러한 놀이의 특질을 수량그 요소로 환원시켰는지는 따지지 말기로 하자. 우리가 볼 때 과학은 그렇게(수량적 요소로 환원) 하지 못했다.
현대인들은 멀리 떨어진 것과 낯선 것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면과 위장에 대한 이해만큼 현대인으로 하여금 원시 문화를 이해하게 해주는 것도 없다. 민족지학은 가면과 위장의 사회적 중요성을 밝혀냈지만, 그것들은 현대의 교양인과 예술 애호가들에게 아름다움, 공포, 신비감 등이 복합된 미학적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오늘날의 교양인들에게도 가면은 그 무서운 힘을 전달한다. 그 가면에 종교적 감정이 전혀 부여되어 있지 않은데도 말이다. 가면 쓴 인물의 광경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더 이상 햇빛이 지배하지 않는 달빛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그것은 우리를 원시인, 어린아이, 시인의 세계, 즉 놀이의 세계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