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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7296378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개정판에 부쳐_읽어버린 다이아몬드, 시에라리온의 아이들(by_분쟁지역 전문 pd 김영미)
프롤로그
전쟁의 시작 / 씻어내고 싶은 기억 / 세 발의 총성 / 전쟁의 이치 / 멀리 더 멀리 / 이별 / 모두를 잃은 날 / 일곱 소년들 / 바닷가 오두막 / 기억을 남기고 간 사이두 / 응고르 가세무 / 빵빵, 펑 / AK-47, G3 그리고 하얀 캡슐 / 다른 세상은 없다 / 방문객들 / 네 잘못이 아니야 / 간호사 에스더 / 새로운 가족 / 뉴욕으로 /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 원숭이와 사냥꾼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처음으로 전쟁이 내게 현실로 다가온 것은 열두 살 때였다. 1993년 1월, 나는 주니어 형과 나보다 한 살 위인 친구 탈로이와 집을 나섰다. 친구들과 함께 마트루종에서 열리는 장기자랑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 나는 힙합 춤이 너무나 좋았고 특히 힙합 가사를 배우는 게 즐거웠다. (…) 그날은 기이하리만치 평소와 똑같았다. 흰 구름 사이로 태양이 평화롭게 흘러가고, 새들은 나무 위에서 지저귀고, 나무들은 잔잔한 바람에 맞추어 춤추듯 흔들렸다. ‘이건 말도 안 돼.’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반군이 가까이 있다는 낌새는 전혀 없었는데.’
*해설: 모든 전쟁이 그렇듯 이스마엘과 친구들의 삶에 ‘갑작스럽게 끼어든’ 전쟁은 이제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극한의 변화 속으로 몰고 간다. 소년들에게 각인된 전쟁의 첫 번째 이미지는 ‘어리둥절함’이었다. 이스마엘과 친구들은 사방에서 빗발치듯 날아드는 총알을 피해 죽기살기로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이제 소년들 앞에 놓인 것은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슬픈 날들뿐이었다.
은신처를 떠나 여행길에 오르자마자 슬픔이 담요처럼 나를 온통 휘감았다. 슬픔은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제 내 앞에 무엇이 놓여 있을지 두려워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길가에 잠시 앉아 눈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해설: 소년들에게 정부군이나 반군, 전쟁을 일으킨 어른들의 명분 등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았다. 이념과 명분을 걷어내고 어린이의 눈으로 마주한 ‘전쟁’의 실상은 한마디로 ‘광기와 파괴’ 그 자체이며 그런 전쟁을 만들어낸 어른들의 세상은 ‘미친 세상’일 뿐이었다.
이 전쟁은 혁명전쟁이며, 부패한 정부로부터 국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어른들이 얘기하는 것을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세상에 어떤 해방운동이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아이들, 그 어린 여자 아기에게 총을 쏜단 말인가? 이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눈앞에서 목격한 참상들로 머리가 무겁기만 했다. 걸어가는 내내 길도 무섭고, 멀리 있는 산도 무섭고, 길 양쪽의 덤불도 무서웠다. (…) 내가 본 것이 과연 현실인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해설: 명분도 영문도 알 수 없는 어른들의 전쟁 속에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은 이스마엘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총을 들고 전쟁터를 누비는 소년병이 되어 있었다. 그날로 이스마엘과 그의 친구들은 세상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애정과 공감을 배워야 할 ‘어린 시절’을 피비린내 진동하는 광기의 현장에 모조리 빼앗겨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