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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61953900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5-07-31
책 소개
챗GPT의 등장과 함께 인문학 연구자와 문학비평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인간 언어의 영역에 성큼 들어선 인공지능의 존재는 다양한 질문을 촉발한다. 예를 들어 LLM이 출력한 언어적 결과물에서 우리는 인지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산출한 예술작품에서 창조성을 논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비롯해서 새롭게 대두되는 비인간 행위자들과 인간이 맺는 관계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또한 우리가 ‘스마트’라는 수식어로 통칭하는 일련의 인식론과 무관하지 않다. 기계학습과 인공신경망 등을 포괄하는 기술이 인공‘지능’으로 브랜딩 되어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일례로 그리스시대에는 신이 부여한 선물로서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간주하였고 이후 다양한 역사적 변천의 굴곡을 거쳐 온 ‘지능’과 ‘정보’ 및 이에 기반을 둔 ‘스마트’ 개념에 대한 지성사적 이해 및 역사화가 필요함을 뜻한다. 이 책은 기술적 인지, 기계학습, 인공신경망, 도시 플랫폼의 ‘스마트함’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가 단순한 기술 수식어가 아니라, 사회와 인간관을 재편하는 통치성의 기제가 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알파고의 한 수, 챗GPT의 한 문장은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더 이상 SF 속 존재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인공지능이 문학작품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우리 질문에 대답하는 시대 ― 이제 ‘스마트’라는 수식어는 단순한 기술 홍보 문구를 넘어, 도시와 사회, 인간관계의 작동 방식을 재편하는 핵심어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 변화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인지와 인공지능 : 챗GPT부터 스마트 담론까지』는 인공지능과 ‘스마트’ 개념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해부한다. 인지와 창조성, 도시와 기술, 시장과 통치성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최신 담론과 사례를 엮어낸 이 책은 기술이 만든 새로운 풍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1부 인공지능과 인지, 알고리즘의 글쓰기
1부는 인공지능, 인지와 인지적 배치, 연산적 창의성, 기계적 창조성, 헨리 제임스를 키워드로 삼는다. 캐서린 헤일스는 LLM 기반 인공지능의 등장 이후, 두뇌 없이도 인지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생산한 텍스트에 인간 독자가 투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를 질문한다. 헨리 제임스의 「카펫 속의 무늬」에 대한 챗GPT의 해석을 바탕으로 LLM에 인지 능력이 있음을 주장하며, 이를 언어 발명 이후 가장 중요한 문화적 적응으로 평가한다.
윤미선은 인공신경망으로 생성된 『길 위 1번지』를 헨리 제임스의 「소설의 기술」과 함께 읽으며 기계적 창조성을 분석한다. 감시 카메라와 GPS 장착 차량이 생산한 텍스트를 케루악의 『길 위에서』와 나란히 두고, 인공지능이 경험을 생산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김은주는 헤일스의 ‘인지적 배치’ 개념에 주목하며, 블랙박스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인공지능을 인지적 배치로 이해하는 것이 번역 가능성을 통한 윤리적 장을 마련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2부 ‘스마트’ 담론에 대한 성찰
2부는 지능과 스마트, 기계와 시장, 도시와 인구를 키워드로 한다. 오릿 핼펀은 신경가소성 개념을 자유 시장 연구에 접목했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연결주의 인공신경망 연구에 영향을 미쳤던 심리학자 도널드 O. 헵, 신경망의 선구자 프랭크 로젠블랫 등에 대한 계보를 그리면서 신자유주의 경제학과 AI 패러다임의 관계를 추적한다.
문규민은 스마트시티 연구에서 간과된 정동의 문제를 부각한다. 생체인식 데이터 수집과 감시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스마트 도시의 정의와 지향이 거주민의 도시정동과 관련하여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홍남희는 무인 매장을 미디어, 플랫폼, 물류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무인주문기를 비롯한 스마트 기술이 상정하는 인구와 인간관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기술과 도시를 바라보는 인문적 시선
서울시립대 인문학연구소 도시인문학연구사업단은 2019년부터 ‘디지털폴리스의 인문적 비전’을 주제로 학제적 연구를 진행해 왔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쟁점들』(갈무리, 2021), 『디지털 포스트휴먼의 조건』(갈무리, 2021), 『아이돌이 된 국가』(갈무리, 2022), Gated Communities and the Digital Polis (빗장 공동체와 디지털폴리스, Springer, 2023), 『디지털폴리스』(갈무리, 2024)를 연이어 출간하며 독자들과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책은 2단계 연구 주제 중 ‘스마트 도시의 인문적 비판’의 결실이다.
2024년 5월 ‘인지, 인공지능, 스마트’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발표 원고를 바탕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Gated Communities and the Digital Polis가 해외 출판을 통해 국제 독자와 만났다면, 이번 책은 인공지능과 스마트를 둘러싼 인문사회 분야 최신 논의를 국내 독자에게 전한다.
목차
엮은이 서문 6
1부 인공지능과 인지, 알고리즘의 글쓰기
1장 인지 모드, 그리고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인지 모드의 관계 ─ 챗GPT와 대화하기 / N. 캐서린 헤일스 지음, 송은주 옮김 16
2장 『길 위 1번지』, AI 제임스의 소설? ─ 「소설의 기술」과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의 글쓰기 / 윤미선 53
3장 비의식적 인지로서의 기술적 인지와 인지적 배치 ─ 인공지능의 윤리와 블랙박스의 번역 / 김은주 96
2부 ‘스마트’ 담론에 대한 성찰
4장 지능의 금융화 ─ 기계와 시장의 통합에 관하여 / 오릿 핼펀 지음, 김지훈 옮김, 해제 138
5장 지능형 도시와 그 불만 ─ 스마트시티와 도시정동의 딜레마 / 문규민 176
6장 도시의 무인매장과 ‘스마트’ 인구 / 홍남희 218
수록 글 출처 274
엮은이·글쓴이·옮긴이 소개 276
저자소개
책속에서
GPT-4는 변호사 시험을 상위 10퍼센트 확률로 통과했고 X-레이를 판독하는 데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초기에 GPT-4에 접근할 수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다른 연구자들은 GPT-4가 수학을 전공한 대학생과 맞먹는 능력으로 복잡한 수학 증명을 구성하고, 인간 행동에 대한 마음 이론을 갖고 있으며, 시와 희곡, 에세이를 해석하고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 1장 인지 모드, 그리고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인지 모드의 관계
AI가 인간과 동일한 성질의 의식과 자기의식에 도달할 것인지를 기준으로 창조성을 논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AI에게 가능한 창조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 2장 『길 위 1번지』, AI 제임스의 소설?
핏비트 팔찌는 심박수를 지켜보고, 운동을 추적하고, 소모된 열량을 기록하고, 이동 거리와 올라간 계단을 측정하여 피트니스를 장려한다. 이 장치 중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복종을 강요하지 않는데, 행동 의도를 무력화할 방법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기기들의 의의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비의식적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누적적, 확장적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 있다.
― 3장 비의식적 인지로서의 기술적 인지와 인지적 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