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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2055772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1-08-3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뉴욕 시,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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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어른들은 이 전쟁이 국민을 부패한 정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혁명전쟁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대체 어떤 해방운동이 무고한 시민들과 아이들과 그 어린 여자 아기마저 총으로 쏜다는 말인가? 그런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아빠가 이런 말씀을 해주시곤 했다. “네가 살아있는 한 더 나은 날이 오리라는, 더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희망이 있는 거란다. 인간은 자기 운명에 더 이상 좋은 일이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로소 죽는 거야.” 길을 가는 내내 아빠 말씀을 생각했다. 그 덕분에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할 때조차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아빠가 해주신 말씀은 내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창과 도끼로 무장한 사내들에게 또다시 공격을 받은 어느 날 저녁에 사이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주마와 모리바와 무사는 우리가 발견한 집의 베란다에서 자고 있었다. 나와 알하지, 카네이, 사이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조용히 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이두의 거친 숨소리 덕분에 침묵이 그나마 덜 어색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사이두가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에 씌기라도 한 것처럼 아주 굵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완전히 안전해질 때까지 몇 번이나 더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는 걸까?”
우리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몇 분 후 사이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덤벼들 때마다 난 가만히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려.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죽음을 맞닥뜨릴 때마다 내 일부분이 죽어 없어지는 느낌이야. 머지않아 내 전부가 죽어버리고 빈 몸뚱이만이 너희들과 함께 걸어다니겠지.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말이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