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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근현대사(아편전쟁 이후)
· ISBN : 9788997560042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3-03-11
책 소개
목차
서장:중국사 연구, 그 쟁점과 과제
제1장:서양의 충격-중국의 반응에 얽힌 문제
이론적 문제들|반란|개혁|반동|접근법의 수정
제2장:전통과 근대성을 넘어서
19세기 서양의 중국관|조지프 레벤슨과 1950, 60년대의 중국 연구|전통과 근대성은 서로 대극적인가| 근대화 패러다임의 폐기를 향해
제3장:제국주의 ― 신화인가 현실인가
이데올로기로서의 근대화론|베트남 전쟁과 중국 연구|월러스타인의 이론과 중국|
코끼리 등 위의 벼룩| 제국주의 개념의 재검토
제4장:중국 연구의 새로운 흐름
앎[知]의 제국주의|중국 자신에 입각한 접근법의 탄생과 그 특색|1840년을 넘어서
책속에서
역사학자로서의 우리가 과거에 대한 진실을 복구하기 위해서 지나간 현실을 어떤 의미에서 다시 포착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진실인가? 그렇다면 과거의 실재성(reality)과 과거에 대한 진실(truth)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실재성과 진실에 대한 역사학자의 이해는 그야말로 직접적으로 참여한 자들의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그 같은 차이는 역사학자로서의 우리가 하는 작업에 대해 어떤 차이를 함축하고 있는가? 이런 종류의 질문들은 아무래도 궁극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명백히 우리가 역사학자로서의 작업에 대한 자각과 최고 수준의 정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그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가야 할 것이다.
중국 근현대사에 관한 미국인 연구자들의 주요한 접근법이 어느 것이나 서양의 역할과 중국 현실에 대한 오해라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을 범하고 있다면(이런 두 가지 잘못은 논리적으로는 어떻든 간에 역사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미국인이 중국 근현대사에 대해서 서양중심적인 편견이나 선입견을 모조리 없애고서, 중국의 현실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야말로 몽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예, 아니오를 묻는다면 몽상이라고밖에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학자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는 역사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인 역사학자들만 예외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희냐 검으냐가 아니라 중간 단계도 있을 수 있다. 서양중심적인 시각 중에서 너무나도 거칠고 결함이 눈에 띄는 것은 극복할 수 있으며, 또 중국 근현대사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 서양중심의 정도가 보다 덜한 중국 내부로 보다 깊이 들어선 시각을 채워넣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신념은 결코 유치한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 내부로 들어선 시각이란 어쨌든 간에 중국 근현대사의 출발점을 서양이 아니라 중국 자체에 설정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의식하게 된 것은 제국주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좋건 싫건 간에 미국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미국의 힘은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1973년의 오일 쇼크 때에도, 혹은 1979년부터 81년에 걸쳐서 이란에서 벌어진 미국대사관 직원 감금사건 때에도 미국인들은 마찬가지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어쨌건 간에 그것이 베트남 전쟁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이다. 그리고 내가 판단하기에, 그것은 미국의 중국 연구자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미국이 정치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명제가 실은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폭로해주었다. 그로 인해 미국의 중국 연구자들은 서양식의 규범과 중요성이라는 척도를 상당한 정도로 버리고 참으로 대상에 입각한(other-centered) 역사 연구를 향하여, 즉 서양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중국 자신의 역사적 체험에 기초를 두는 역사 연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