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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758562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크라잉 룸》
prologue 마음껏 울 곳조차 없는 당신에게
감성으로의 초대
그녀의 발 / 버터링쿠키와 참크래커 / 크라잉룸 / 나 여기에 있어요 / 딱 석 달만 이렇게 / 손 편지 / 당신과 나 / 아빠를 찾지 않겠다 / 의지하다, 위안을 구하다, 안식을 얻다 / 남이 아닌 나에게 하는 말 / 술 마시면 생각나는 사람 / 편지 / 향기, 저주 혹은 축복 / 아이처럼 / 아름다운 이별 카운슬링 / 자몽주스와 알토이즈. 혹은 그와 나의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에 대한 단상 / 사랑에 빠지셨군요 / 뇌 활동 정지 상황 / 롤러코스터 / 시처럼 말하는 사람 / 딸에게 쓰는 편지 / 뒤에서 바라본 그녀의 결혼식 /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는 법 / 내게 충고하고 싶어 안달 난 누군가에게 / CORAZON / 귀여운 로망 / 헝그리 정신 / 듀나가 그립다 / 놈놈놈 / 연애하고 싶다 / 결국 아무것도 아닌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 / 사랑할 거야 / 우리 둘만의 완벽하게 행복한 시간 / 제인 에어와 앤 셜리 / 여자를 꼬시는 다섯 가지의 택도 없는 방법들 /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날 / 사랑은 / 수취인 불명 / 유치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들 / 눈물이 흐른다 /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 / 진심을 너에게, 너에게 진심을 / 미안하다 / 이미 지나간 마음과 새로운 시작 / 아오마메가 쓰는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 / 같이 걸어요 /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 앵콜요청금지 / 생활의 달인 / 공감, 존중, 이해, 공존 그리고 애정 / 참 못난 당신 / 멋있는 사람 VS 인간적인 사람 / 멈추지 말고 계속 달리기 / 괜찮아요 / 하루의 마감에 스쳐가는 단상들
일상으로의 초대
새로운 시작과 환영합니다 / 이상한 동네 / 자장면집 앞에서 발길을 돌리다 / 부끄럽지도 부럽지도 않다 / 신이시여, 스마일 / 스무 가지의 약에 쓰려고 해도 소용없는 이야기 / 집 밥 / 어머니의 된장찌개 /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 성적표 및 삥땅용 증빙서류 조작단 / 조짐의 순간들 / 효도는 셀프 / 볼펜 / 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심한 / 이유 하나 더 추가 / 주사 / 수신차단 / 엘리베이터 안에서 / 택시기사 관찰기 / 화장실에서의 사색 / 선물 / 고마워요 / 7일 / 삼겹살을 먹으며 웃고 떠들다 / 오, 신기하고도 놀라워라 / 매우 게으른 이들을 위한 유익한 정보 / 우리 비행기는 / 죽어도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 아니지, 암만 / 왜 거기서 ‘여자’가 들어가야 할까 / 치료 방법도 가지가지 / 영어 울렁증 / 관찰 / 여기는 지금 레드 카펫? / 명절 전에 생각해보는 결혼 / 이 글에 제목을 붙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 블로그 / 산책 / 게임 오버 / 졸리와 피트 / 때수건 / 내일의 할 일 / 수신 메시지함을 비우다 / 호텔 / 1분 후 전화가 아닌 나타남 / 신의 장난 / 커피로 알아본 인간 군상의 다양성 / 플레이보이지와 허슬러 / 우리 클래식 길이길이 보전하세 /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 스무 가지의 일과 스무 가지의 생각 / 그녀의 목적 / 길을 알려주소서 / 그날 /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싶지만 / 비겁한 고객님의 사정 / 스마트한 바보들 / 퇴근 후 직장인의 바람직한 자세 / 외나무다리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마음이 기억하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01 집
슬픔과 편안함이 함께 있는 그 공간
시간이 멈춘 집 16/ 최초의 기억 23/사람은 원래 외로운 거야 33/보통의 날들 44/
할머니의 선택 54/기억을 잃은 사람들의 집 58/내 곁에 있어줘 64/비밀의 방 70/
그 집에서는 떠날 때 인사하지 않아 76/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한 사람 86/
달빛 옥상 91
#02 학교
낡은 사진첩의 한 페이지 같은 그 공간
진짜 졸업식 106/단짝친구가 필요한가요? 112/나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118/
책을 읽는다는 것 123/기억의 조각을 지키기 위한 기록 133
#03 카페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그 공간
일상으로의 초대 144/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 151/함께 있을 수 있다면 163/
이별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약속 때문이다 179/김밥 가게 아줌마의 철학 185/
엄마손 식당 189
책속에서
《크라잉 룸》
가끔 하이힐을 신고 있는 그녀의 앙상한 발등을 바라본다. [내 사랑 히로시마]를 연기할 때 맨발로 서 있던 그 발. 나하고 집에 서 술을 마실 때면 언제나 의자에서 까딱거리던 그 발. 그녀의 발에는 항상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겉으로는 그저 단정하게 정리되었을 것 같고, 얌전해보이는 저 하이힐 속에 아직도 붉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발가락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그녀의 발' 중에서
이를테면 그 차이는 ‘버터링쿠키’와 ‘참크래커’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버터링쿠키가 되기는 쉽다. 버터와 설탕을 범벅하면 되니까. 하지만 참크래커가 되기는 어렵다. 그저 밀가루 맛 하나로 승부를 걸어야 하니까. 버터링쿠키가 “이래도 안 먹을래?”라고 말한다면 참크래커는 “이래도 먹을 테면 먹든가”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버터링쿠키는 변신이 불가능하다. 무언가와 섞이기에는 그 풍미가 너무 강해 어느 것과도 합쳐질 수 없고 변신할 수도 없다. 버터링쿠키에 대한 해석은 단 한 가지만 존재한다. 참크래커는 위에 뭘 얹어도 상관이 없다. 치즈든 캐비아든 혹은 피클이든 아무 상관 없다. 그래도 참크래커는 자신의 맛을 빼앗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올려진 맛을 완벽하게 받쳐준다.
'버터링쿠키와 참크래커' 중에서
우리가 만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외로움 혹은 고독과 그것을 알아차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여자라서, 네가 그냥 남자라서 만난 게 아니다. 우린 우리의 고독을, 너덜거리는 영혼을 위로받기 위해 만났다.’
난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니 믿고 싶다. 이젠 너무 식상해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그저그런 시시껄렁한 연애 스킬들을 얘기하면서도 난 아직 믿는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그렇게 머리 굴려가며 하는 게 아니라고. 그러고 싶어도 맘이 먼저 가버려 그럴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
'남이 아닌 나에게 하는 말' 중에서
사랑은 남들에게 납득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스스로 그 사랑에 물음표가 생긴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모두가 인정하는 사랑이라도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이 있다. 남들이 그 사랑을 뭐라고 하든 나만 진심이면 된다. 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가버린다면 그걸 막을 길은 없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랑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모든 사랑이 핑크빛일 수는 없다. 설사 까만색이라 하더라도 내가 사랑이면 사랑인 거다. 세상에 쓸데없는 사랑은 없다. 가치 없는 사랑도 없다. 모두 마음만, 진심만 담겨 있다면 그게 설사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로 보인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마음 안에서는 소중한 보석이다.
'사랑은' 중에서
가끔 난 사람들이 웃으며 말하지만 울고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은 눈 안으로 운다. 수술 중 각성을 알아차려야 할 의무라도 있는 마취과 의사처럼 그런 사람들을 오래오래 관찰하면서 생각한다. 마음 따위, 진심 따위 차라리 없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렇게 아플 거라면 아예 모르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아니다. 그것 없이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너에게, 너에게 진심을' 중에서
《마음이 기억하는 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아이가 가고 나면 엄마가 말했어.
아가, 모두들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거란다.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갔어.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 됐어.
누구를 만나든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함께 있어도 마음껏 누리지 못하다가
헤어지고 난 후에야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놓이는 거야.
지금 생각해보니
함께 있을 때 조마조마했던 마음, 그것도 외로움이더라.
외로움, 그것에는 묘한 이중성이 담겨 있었어.
나는 지금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몰라서 헤매는 중이야.
해서 불쑥 외로운 거야.
'사람은 원래 외로운거야' 중에서
이렇다 할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보통의 날이 더욱 많을진대, 우리는 그 무수한 날들보다 몇몇 특별한 일들을 기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진정으로 우리를 지탱하게 한 것은 너무 평범해 떠올리기 힘든 보통의 날인데도 말이다.
'보통의 날들' 중에서
얼마 후 수영장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나의 두 손을 꼭 잡고 요즘은 좀 어떠냐며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는 핸드폰에 번호를 저장하려고 보니, 지금껏 내 이름을 모르고 지나쳐서 뭐라 저장해야 될지 몰랐다고 했다. 그녀가 나를 떠올리며 저장한 이름은 ‘수영장 눈물’이었다. 나는 두 단어의 합이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다. 이따금 그녀에게 안부 문자를 넣을 때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 수영장 눈물이에요!” 불가능의 문은 여전히 견고했지만 그렇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싫어 나는 가끔 엉뚱하거나 대책 없는 선택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수영장 눈물이니까.
'수영장 눈물' 중에서
“의자도 없는데 거기 앉아 무엇 하나요”
“지쳐서 잠시 쉬고 있답니다.”
“그럼 함께 쉬면서 이야기나 해볼까요”
그 길 위에서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오늘도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답이 어려운 질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바보처럼 굴까 하고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낯선 사람이었던 그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고, 나는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발견. 그것이 나를 위로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길 위의 이야기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