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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783189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7-01-10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불령선인
너희들의 등 뒤에서
원저자의 말
번역자의 말(이익상)
책속에서
“오늘 밤에 저는 놀랐습니다. 이 통역으로부터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홍 군의 편지를 받아든 순간에는 뜻밖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은 다시 이렇게 말하며 잔을 손에서 놓고 담뱃대를 쥐었다. 긴 대에 끼워진 물부리를 물기 위해서 턱을 한껏 당기고 뺨을 볼록하게 하더니, 바로 어린아이가 젖꼭지에 매달리는 것처럼 뻐끔뻐끔 빨고 있는 주인을 보고 있자니 에이사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인이 인생의 매우 복잡한 배경 속에서 어떤 사람들로부터는 악마가 날뛰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문득 이 소박함이 강직함을 낳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아에게 강직하기 때문에 그만큼 소박한 것이라고도 여겨졌다. 그리고 그는 소박함은 존귀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만약 인간에게 진보가 있다고 한다면 이 소박함만이 그것을 촉진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혁명가는 모두 소박하다고 생각했다. ―「불령선인」 중에서
이 나라 민족의, 그것도 군인에게 처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건네주어 버렸다는 사실이, 넘쳐나는 듯한 회한이 되어 가슴으로 밀려왔다.
‘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외친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면, 완전히 져버리고 만 자신이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져버린 그 사내에게로 대체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달콤한 말을 속삭여놓고 벌써 반년 가까이나 지났는데 엽서 한 장 보내지 않는 남자에게 나는 무엇을 하러 이렇게 먼 길을 찾아 떠나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근에서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 고국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과 같은 운명에 떨어진 것이 아닐까, 그녀에게는 여겨졌다. 모두가 자신처럼 비참한 상황에 굴종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너희들의 등 뒤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