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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방황

허구의 방황

(1937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다자이 오사무 (지은이), 김동근 (옮긴이)
소와다리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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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의 방황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허구의 방황 (1937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8046927
· 쪽수 : 406쪽
· 출판일 : 2024-12-25

책 소개

인생 최악의 암흑기 후나바시 시대(1935~1937)에 탄생한 다자이 최고의 역작. 좌익 운동 동지들에 대한 배신, 가마쿠라 자살 미수 사건, 에노시마 자살 미수 사건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목차

어릿광대의 꽃 / 교겐의 신 / 허구의 봄 / 다스-게마이네

저자소개

다자이 오사무 (지은이)    정보 더보기
본명은 쓰시마 슈지.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에서 부유한 집안의 십일 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다.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는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후 한동안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5년 맹장 수술을 받은 후 복막염에 걸린 그는 진통제로 사용하던 파비날에 중독되었다. 같은 해에 소설 「역행」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다. 그는 이 심사 결과에 불만을 품고 당시 심사 위원이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항의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듬해 파비날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정신 병원에 수용되자 커다란 심적 충격을 받았다. 첫 창작집 『만년』은 감각적 문체와 실험적인 기법으로 일본 문단에 그의 존재를 알리기에 충분했다. 결혼과 함께 안정기에 전개된 중기 문학은 『옛이야기』를 통해 유머 넘치는 이야기꾼 다자이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한 후, 그의 작품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그는 사카구치 안고,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되었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강 수원지에 투신해,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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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옮긴이)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문학과 일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사양> <이십 엔 놓고 꺼져> <비용의 아내> <쓰가루>와 <은하철도의 밤> <라쇼몽> 등 일본 문학과 <피터래빗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 <동물농장> 등이 있다. 원문의 훼손과 손실이 없는 원문주의 번역을 추구하며 외국어를 한국어 운율에 맞게 고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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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여기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

벗들은 모두, 나에게서 멀어져,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벗이여, 나와 이야기하고, 나를 비웃으라. 아아, 벗은 허무히 얼굴을 돌린다. 벗이여, 내게 물으라. 내 무엇이든 알려주리니. 내 이 손으로, 소노를 물에 가라앉혔노라. 나는 악마의 오만함으로, 나는 살아나더라도, 소노는 죽어라, 하고 바랐노라. 더 말해주랴? 아아, 그렇지만 벗은, 다만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바 요조는 침대 위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는 비로 부옇게 흐렸다. 꿈에서 깨어, 나는 이 몇 줄을 되뇌어 읽으며, 그 추악함과 역겨움에, 죽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이런, 호들갑스럽기 짝이 없다. 우선, <오바 요조>라니 무슨 말인가? 술이 아닌, 다른 훨씬 강렬한 무언가에 취해, 나는 이 오바 요조에게 박수를 친다. 그 이름은, 내 소설 주인공으로 딱 알맞다. <오바>는, 주인공의 예사롭지 않은 기백을 상징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요조> 또한, 왠지 신선하다. 바닥 깊은 예스러움에서 솟아나는 진정한 새로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오, 바, 요, 조. 이렇게 네 글자를 나란히 늘어놓으니 이 산뜻한 조화. 그 이름부터가, 벌써 획기적이지 않은가! 그 오바 요조가, 침대에 앉아 비에 부옇게 흐려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획기적이지 않은가!

관두자. 자신을 비웃는 것은 비겁한 짓이로다. 그것은, 짓이겨진 자존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실제로 나만 하더라도, 남에게 비난받기 싫은 까닭에, 우선 제일 먼저 내 몸에 못을 박는다. 그야말로 비겁하다. 더 고분고분해져야 한다. 아아, 겸손해져야 한다.

오바 요조.
비웃어도 어쩔 수 없어. 가마우지 흉내 내는 까마귀. 꿰뚫어 보는 사람에게는 꿰뚫려 보이는 거야. 더 좋은 이름도 있을 테지만, 내가 좀 귀찮다. 그냥 <나>라고 해도 되겠으나, 나는 올해 봄에,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참이라 두 번 연잇기가 낯간지럽다. 내가 만약, 내일이라도 덜컥 죽었을 때, 그 녀석은 <나>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으면, 소설을 쓰지 못했지, 라면서 기고만장한 얼굴로 회상하는 기묘한 놈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사실은, 그 이유만으로, 나는 이 오바 요조를 기어이 밀어붙이겠다. 뭐야,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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