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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8046927
· 쪽수 : 406쪽
· 출판일 : 2024-12-25
책 소개
목차
어릿광대의 꽃 / 교겐의 신 / 허구의 봄 / 다스-게마이네
책속에서
여기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
벗들은 모두, 나에게서 멀어져,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벗이여, 나와 이야기하고, 나를 비웃으라. 아아, 벗은 허무히 얼굴을 돌린다. 벗이여, 내게 물으라. 내 무엇이든 알려주리니. 내 이 손으로, 소노를 물에 가라앉혔노라. 나는 악마의 오만함으로, 나는 살아나더라도, 소노는 죽어라, 하고 바랐노라. 더 말해주랴? 아아, 그렇지만 벗은, 다만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오바 요조는 침대 위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는 비로 부옇게 흐렸다. 꿈에서 깨어, 나는 이 몇 줄을 되뇌어 읽으며, 그 추악함과 역겨움에, 죽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이런, 호들갑스럽기 짝이 없다. 우선, <오바 요조>라니 무슨 말인가? 술이 아닌, 다른 훨씬 강렬한 무언가에 취해, 나는 이 오바 요조에게 박수를 친다. 그 이름은, 내 소설 주인공으로 딱 알맞다. <오바>는, 주인공의 예사롭지 않은 기백을 상징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요조> 또한, 왠지 신선하다. 바닥 깊은 예스러움에서 솟아나는 진정한 새로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오, 바, 요, 조. 이렇게 네 글자를 나란히 늘어놓으니 이 산뜻한 조화. 그 이름부터가, 벌써 획기적이지 않은가! 그 오바 요조가, 침대에 앉아 비에 부옇게 흐려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획기적이지 않은가!
관두자. 자신을 비웃는 것은 비겁한 짓이로다. 그것은, 짓이겨진 자존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실제로 나만 하더라도, 남에게 비난받기 싫은 까닭에, 우선 제일 먼저 내 몸에 못을 박는다. 그야말로 비겁하다. 더 고분고분해져야 한다. 아아, 겸손해져야 한다.
오바 요조.
비웃어도 어쩔 수 없어. 가마우지 흉내 내는 까마귀. 꿰뚫어 보는 사람에게는 꿰뚫려 보이는 거야. 더 좋은 이름도 있을 테지만, 내가 좀 귀찮다. 그냥 <나>라고 해도 되겠으나, 나는 올해 봄에,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참이라 두 번 연잇기가 낯간지럽다. 내가 만약, 내일이라도 덜컥 죽었을 때, 그 녀석은 <나>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으면, 소설을 쓰지 못했지, 라면서 기고만장한 얼굴로 회상하는 기묘한 놈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사실은, 그 이유만으로, 나는 이 오바 요조를 기어이 밀어붙이겠다. 뭐야, 웃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