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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사회운동가/혁명가
· ISBN : 9791130695587
· 쪽수 : 564쪽
· 출판일 : 2022-12-16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앞 이야기
1장 나는 해방둥이입니다
2장 보리밭을 흔드는 북소리
3장 광주의 빈털터리들
4장 저 푸른 소나무처럼 더 푸른 대나무처럼
5장 파도는 가고
6장 카프카서점을 떠난 뒤
7장 전사
8장 무등산은 옷자락을 말아 올려 하늘을 가려버렸다
9장 마지막으로 별들이 눈을 감는가
뒤에 남기는 이야기
사진 자료
김남주 연보
참고 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김남주가 광주에서 청춘을 보내지 않았다면 인생의 궤도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보고는 한다. 그는 일찍부터 침묵을 견디는 일에 달통한 소년이었다. 음지에서 그가 풍기는 내면의 고요함은 이웃들에게 매우 안정감을 주지만, 그의 눈빛에는 수시로 불꽃이 너울대고 있었다. 이는 한없이 고요하게 타오르는 무등산 숯불 같은 인상을 준다. 불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간이 탐내는, 저마다의 욕망을 자극하는 모든 감정을 삭이면서도 소외된 자의 연민과 존엄에 가해지는 모욕 앞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응대하고 마는, 이 한없이 겸손하고 한없이 격렬한 특이자의 정신적 원형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무등산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어떻게 해야 박정희에게 뼈아픈 한 방을 날릴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좀처럼 해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박석무 선배를 찾아갔으나 그 또한 뾰족한 답이 없었다. 박 선배는 오히려 1년 전에 ‘녹두지’라는 유인물을 제작해서 배포한 이야기를 꺼내더니, 갑자기 신이 올라서 녹두장군 이야기를 밤늦도록 멈추지 않았다. (…) 김남주와 이강은 어떤 수단으로든지 저항해야 한다고 단단히 작정한 터에 역시 역사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 가장 적절한 행위가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를 걷는 일 같았다.
사람들은 시인의 체온이 담긴 심리학적 매개물, 그 차가운 종이쪽을 만지면서 시인의 형상을 가깝게 호흡하고 친밀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폭력적인 세계의 비천함과 싸우는 행위는 아니다. 김남주는 그러한 행각이 자신을 자기기만의 세계로 휩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늘 경계해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세계를 이탈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해 왔으며, 또한 그래서 그의 강한 의지력은 의식적으로 시를 제쳐두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라는 것을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 시대의 낭만적인 감정과 문학 취향을 업신여기는 김남주의 교만은 얼마나 당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