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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230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9-05-10
책 소개
목차
조재훈|한 사람
이은봉|첫눈 아침
이봉형|아버지는 어쩌다가 도둑이 되었나요
정원도|귀뚜라미 생포 작전
심인숙|파랑도에 빠지다
박승민|지붕의 등뼈
송유미|살찐 슬픔으로 돌아다니다
신승우|나를 두고 왔다
조항록|거룩한 그물
김석환|냄비를 닦는다
최희철|영화처럼
이선형|나는 너를 닮고
서상규|철새의 일인칭
권진희|죽은 물푸레나무에 대한 기억
조혜영|봄에 덧나다
심창만|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이종섶|물결무늬 손뼈 화석
김화정|맨드라미 꽃눈
박영희|단 하루라도 좋으니
이종수|달함지
전다형|수선집 근처
이한걸|족보
정세훈|부평 4공단 여공
최기순|음표들의 집
尹錫山|나는 지금 운전 중
박석준|카페, 가난한 비
권혁소|아내의 수사법
한혜영|올랜도 간다
홍성운|오래된 숯가마
성향숙|엄마, 엄마들
맹문재|전태일
정춘근|반국 노래자랑
정진경|여우비 간다
이순주|목련미용실
정연홍|세상을 박음질하다
문영규|나는 지금 외출 중
정운희|안녕, 딜레마
육봉수|미안하다
유희주|엄마의 연애
강 민|외포리의 갈매기
박관서|기차 아래 사랑법
최은묵|벽지
박미라|우리집에 왜 왔니?
김준태|달팽이 뿔
정선호|세온도(歲溫圖)를 그리다
김 완|너덜겅 편지 1
김유섭|찬란한 봄날
신미균|웃기는 짬뽕
김은정|일인분이 일인분에게
김도수|진뫼로 간다
오승철|터무니 있다
고현혜|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유승도|천만년이 내린다
손남숙|즐거운 책
정일남|봄들에서
채상근|사람이나 꽃이나
임 윤|서리꽃은 왜 유리창에 피는가
이주희|마당 깊은 꽃집
조계숙|나는 소금쟁이다
윤기묵|역사를 외다
차옥혜|숲 거울
정대호|마네킹도 옷을 갈아입는다
박경조|별자리
조선남|눈물도 때로는 희망
조 원|슬픈 레미콘
제리안|고래는 왜 강에서 죽었을까
공혜경|색스럽게
김종상|고갯길의 신화
박노식|고개 숙인 모든 것
정일관|너를 놓치다
김 선|눈 뜨는 달력
송정섭|거꾸로 서서 생각합니다
김금희|시절(詩節)을 털다
김윤현|돌탑 1
정진남|첫 만남
김광렬|내일은 무지개
원종태|빗방울 화석
김종숙|동백꽃 편지
김춘남|달의 알리바이
김형미|시월
김황흠|건너가는 시간
유순예|호박꽃 엄마
박원희|아버지의 귀
전병호|금왕(金旺)을 찾아가며
임미리|그대도 내겐 바람이다
이인호|불가능을 검색한다
안효희|너를 사랑하는 힘
이은래|늦게나마 고마웠습니다
강계순|사막의 사랑
김태수|베트남, 일천구백팔십사년
신동원|다시 첫사랑을 노래하다
작품 해설 광장의 시학:‘푸른사상 시선 100’을 기념하며 - 맹문재
작품 출전
책속에서
족보
이한걸(1950∼2017)
할아버지는
농사지으며 목수일 했고
아버지는
농사지으며 미장일 했고
나는 공장 노동자
아내도 공장 나가고
딸도 공장 나가고
아들도 공장 나가고
어쩌다 다 같이 쉬는 일요일
길고 긴 옥상 빨랫줄엔
빛깔 다른 작업복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나는 지금 외출 중
문영규(1957∼2015)
내게 든 감기는 보증금도
월세도 한 푼 없이
제 맘대로 슬며시 들어와
마치 제 집처럼 산다
감기처럼 오랜 세월
나에게 세든 당신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가슴 한 켠 뒷방
그곳에 사는 당신
내 오랜 지병처럼
이미 콜록대는 당신
내게 신열이 오르는 건
무조건 세든 당신들 때문
나는 오늘 견디기 힘들어
외출을 한다
나 없는 사이
굿을 하든지 잔치를 하든지
알아서들 하시길
내일은 무지개
김광렬(1954∼ )
어느 날, 낯선 중년 부부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남편은 수리공이었고 아내는 보조를 했다
수리공은 삭은 방충망들을 손질하고
물이 새는 변기를 고치고
느슨해진 방문 손잡이들을 단단히 조였다
수리공이 땀 흘리며 애쓰는 동안
그 아내는 오가며 잔일을 도와주거나
필요한 연장을 건네주었다
수리공과 그 아내는 이따금씩
귀찮게 말을 거는 주인 아주머니 질문을
웃으며 잘 받아주었고
일도 시원시원해서 무척 호감을 샀다
그 수리공 아내의 소망은
언젠가는 사글세방과 결별하는 일이라 했다
어느덧 낡고 부서진 것들이
여기저기 번쩍거리며 눈을 떴다
그 중년 수리공 부부의 앞날도 그렇게
번쩍번쩍 빛났으면 하고 나는 생각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쟁반에 받쳐 들고 온
싱그럽고 달착지근한 과일 주스를
서둘러 들이킨 수리공 부부는
다음 일터를 향해 부리나케 달려갔다
촉촉이 젖은 서녘 하늘가 쌍무지개가 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