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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30818689
· 쪽수 : 576쪽
· 출판일 : 2021-12-2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햄릿
맥베스
리어 왕
오셀로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셰익스피어 가계도
장미전쟁 역사극의 가계도
영국 왕가 족보
책속에서
‘작품 해설’ 중에서
1590년대 초에 극계에 진출한 셰익스피어는 약 10년간 사극과 희극에 중점을 둔 창작생활을 해왔는데, 1600년(36세)을 경계로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어, 어두운 인생의 뒤안길과 인간의 고뇌·절망·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는 비극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사랑과 믿음에 근거한 인간의 행복, 기쁨, 사회적 유대감 등의 주제를 그는 희극작품에서 주로 다루었는데, 비극 세계에 이르면 햄릿의 대사처럼 “숭고한 이성, 능력, 모습, 거동의 무한한 가능성, 놀라운 행동력, 천사 같은 이해력, 신처럼 보였던” 인간이 “먼지덩어리로 보이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낙천적 인생관이 염세적 인생관으로, 희망적 세계관이 절망적 세계관으로 바뀐 것이다. 존경하는 아버지를 잃은 햄릿은 사랑하는 모친의 도덕적 타락과 인간적 배신, 그리고 숙부의 배신, 어지러워진 나라 사정, 오필리어의 죽음 등으로 깊은 절망감에 빠져 비통한 최후를 맞는다. (중략)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을 때 작품의 다층적 구조 속에 잠재해 있는 의미의 다의성을 여러 각도로 해명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의 작품의 의미를 해명해주는 열쇠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된다. 완전한 의미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열쇠 하나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열쇠를 들고 해명할 수 있는 신비의 문을 열어야 한다. 예컨대 <햄릿> 속에는 왕자 햄릿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모가요 정략가며 왕권의 찬탈자이면서 형수를 차지한 클로디어스가 있고, 햄릿의 어머니인 불행한 거트루드의 파탄에 빠진 정절이 있다.
햄릿의 명상적이며 염세적인 독백이 있는가 하면 복수를 맹세하는 잔혹한 언동이 있다. 오필리어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죽음의 슬픔이 있고, 로젠크랜츠와 길든스턴의 계략과 배신이 있다. 호레이쇼의 충절과 우정이 있는가 하면 노회한 마키아벨리스트인 재상 폴리니어스가 있으며, 햄릿과 결투를 감행하는 그의 아들 레어티즈가 있다. 이토록 작중인물의 성격만 보아도 <햄릿>은 복잡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읽는 사람은 그가 발견한 극적 진실에 대하여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극적 상황 자체를 자신의 체험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읽는 사람은, 희곡의 감상을 뛰어넘어 무대적 체험을 완성하는 관객의 입장을 받아들인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희곡작품은 무대 형상화를 위한 텍스트에 불과했다. 그것은 한 편의 시나리오요 대본인 것이다. 연출가와 배우는 그 대본에 연극적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읽는 사람은 눈으로 활자만을 읽지 않는다. 마음으로 무대를 그리면서 읽는다. 그는 연출가로서, 배우로서, 무대 미술가로서― 이 모든 역할을 함께 지닌 사람으로서 작품을 읽는다.
‘책머리에’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세계는 선과 악이 혈투를 벌이는 무대입니다. 햄릿은 클로디어스와 대결합니다. 리어왕은 고네릴과 리건과 대결합니다. 에드거는 에드먼드와 대결합니다. 이아고는 오셀로와 대결합니다. 맥베스는 덩컨 스코틀랜드 왕과 대결합니다. 코델리아는 왜 죽어야 합니까. 데스데모나는 왜 죽어야 합니까? 리어왕, 햄릿, 오셀로, 덩컨은 왜 그렇게 죽어야 합니까? 글로스터 백작은 왜 두 눈을 빼앗겼습니까? 거트루드는 왜 독약을 마셔야 했습니까?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전쟁은 계속됩니다. 악이 선을 제압하고, 악은 자멸합니다. 세상은 말세의 혼란이요 황무지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문명의 황야 속에서 펜을 들었습니다. 그는 역사와 대결합니다. 그는 악의 근절을 위해, 평화와 질서를 위해 싸웁니다. 그의 작품은 악에 대한 저항의 선언이요, 절실한 기도요 통곡입니다.
비극을 읽고 참담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위안이 되었습니다. 비극이 주는 정화작용, 카타르시스(Katharsis) 때문입니다. 비극은 인간의 마음에 건강한 효과를 미친다는 것입니다. “연민과 공포를 통해 감정을 정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병적인 정서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요소가 됩니다. 우리는 비극을 통해 비극적 인물과 그 상황에 동화되면서 자기중심적인 몰입에서 차츰 벗어나 ‘외부’로 자신의 존재가 확산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정(同情)을 통한 영혼의 확대는 심리적이며 도덕적인 건강에 이롭게 작용합니다. 비극이 인간 생활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비극의 수용자는 인식하게 되고, 우리의 통찰력은 고통을 극복하고 얻어지는 조화로운 정신적 안정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때 도달되는 정화작용을 통해 정신은 새로운 삶의 인식에 도달합니다. 비극작품은 행동의 모방을 통해 동화작용을 일으키면서 개인의 영역을 벗어난 보편성(universality)을 얻게 됩니다. 비극작품은 질서와 조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수단이 됩니다. (중략)
기도와 자비심과 용서는 셰익스피어가 작품에서 남긴 유언의 ‘키워드’입니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끝머리는 항상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등 비극의 주인공들이 겪은 환멸과 절망 너머로 인간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의 비극을 읽는 희열과 행복은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