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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819334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08-03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과거의 공간이 의미가 되는 이유
조규남│
바닷가 모닥불의 추억
그 소녀가 보고 싶다
조연향│
우물이 있던 자리
금강산 유감
최명숙│
70년대식 낭만, 서울역 시계탑 앞
시장 골목, 그 서늘한 그리움의 공간
한봉숙│
추억은 향기를 남기고
명동의 언덕길에 오르면
박혜경│
거기서 10시
서둘러 이별하지 않다
엄혜자│
소돌마을이 들려준 이야기
추억은 사랑을 싣고
오영미│
살며 성장하며
이 땅에 태어나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이신자│
내 고향 연희동
강남 한복판
정해성│
‘아직도’인 ‘자기만의 방’
우리의 ‘방’, ‘익명의 땅’
대안적 예술 공간, 유토피아 ‘라움-입실론’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번 우리의 글감은 ‘추억의 공간’이다.
『공간과 장소』를 쓴 이-푸 투안에 의하면,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은 장소가 된다고 하였다. 그의 의견에 따르자면, 우리의 ‘추억의 공간’은 ‘추억의 장소’에 가깝다. 모두의 글 속에는 자신만의 추억이 살아 숨 쉬며 내면의 별난 이야기들이 ‘장소성’과 연관되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장소는 시간이라는 속성과 만나 개인의 역사에 자리한다. 특히 과거의 시간은 추억을 소환하고 그것은 당연히 공간과 함께 다가온다.
이-푸 투안의 저서에 소개된 카르타고 시민의 호소문은 오늘 우리가 ‘공간’을 글감으로 삼은 의의라고 해야 할까, 인간에 있어 장소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3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군에 의해 도시가 파괴될 위기에 처한 카르타고의 한 시민이 “당신들(로마군)에게 간청합니다. ……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도시는 남겨주시고, 대신 멀리 떠나라고 명령한 우리들을 죽여주십시오.”라고 하였다 한다.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로 가늠해볼 때, 인간의 존재를 능가하는 장소가 가능하지 않을 성싶다. 장소는 인간이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한 도구적 성격이 강하지 않을까. 그러나 도시가 파괴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카르타고 시민들은 차라리 자신들을 죽이고 도시를 보전해달라고 간청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해석해보면, 인간이 세상의 중심에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공간과의 연관하에 놓여야 한다는 것, 공간이 없이 인간이 독자적인 생을 구가할 수 없다는 것이 된다. 그것은 어쩌면 공간에 생명성을 부여해, 인간은 유한해도 공간은 영원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추억의 공간을 얘기하는 우리의 글들은 모두 과거의 서사를 소환하고 있다. 성장기의 공간, 고향, 성년 이후 도시의 이곳저곳, 때로는 그리움으로 때로는 아픔으로 기억되는 모두의 공간은 과거라는 이름을 달면서 하나의 ‘의미’가 되고 ‘그리움’의 색깔로 덧입혀진다. 치가 떨리게 아픈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아픔마저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공간에 시간이 덧입혀지면 그것은 눈 쌓인 겨울의 풍경으로 변한다. 감정의 골이 모두 무화되는 것이다. 참으로 강한 힘이다.
- 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