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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0814346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9-05-2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유시연│하늘 항아리
여행지에서 보내는 엽서
이신자│텔레비전과의 이별
내가 술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장현숙│당신은 웃어요, 내가 꽃으로 필게
큰할아버지의 시비를 따라가다, 통일의 길목에 서서
정해성│불멸, 심향 <별들의 들판>
맹목, 피아노
조규남│No, One dollar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
조연향│돌확, 나의 소박한 연못
첫 시심(詩心)을 위한 연가
최명숙│감자칼과 달챙이숟가락
슬립, 무언의 메시지
한봉숙│연꽃 모양 바늘꽂이
나의 반려식물 군자란
황영경│똑같은 참외
총 맞은 코끼리
오영미│베르제 블랑샤르 그리프
커프스 버튼과 원피스
해설 글쓰기 시대의 산문 쓰기_ 박덕규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득, 로그인’ 하기 전에!
굳이 “열려라, 참깨!”를 외치지 않아도 어느 날 문득 그 단단했던 빗장이 스르르 열리는 보물창고, 그 찬란한 광채에 그만 눈시울이 젖는다. 전혀 손상되지 않고, 원석 그대로 빛나는 존재의 형태들.
매몰된 일상에 갇혀서 팽개치다시피 했던 존재의 질료들. 잊어버려도 그만인 것을, 우리는 왜 굳이 복기하려는가. 새롭고 산뜻한 것이 넘쳐나는 만능의 물질 시대에, 첨단의 유행이 급물살을 타는 초스피드 시대에 ‘아무것’도 아닌 걸 왜 버리지 못해 부여잡고 애면글면하는가.
복고풍도 아니고 페티시즘도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손때 묻은 옛 물건에 애착하는 습성까지는 숨길 수가 없다. 거기에 새겨진 우리들 삶의 흔적마저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기억하는 능력을 통해서, 흘러가버리고 마는 삶과 시간의 파괴성을 극복하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자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으며, 그런 상기의 힘은 구원으로까지 연결된다고 했다. 그렇다, 여기 모인 사물들은 오랫동안 잠가놓았던 우리들 심연의 세계로 다시 들어가는 문고리이며 스위치이다.
빈티지 취향이면 어떠랴? 지난 시간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 기억과 추억 속의 애장품들을 더듬어 클릭을 하고, 로그인한다.
격물치지(格物致知), 하찮게 생겨먹은 그것 하나에도 타고난 진면목이 있겠고, 세상의 그물코에 걸린 뜻이 있겠거니. 모든 물상(物象)이 다 귀하고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도 이 책을 함께 내면서 얻게 된 우리들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들은 대부분 대학이나 사회단체에서 강의를 하고 있거나 그런 지위에서 일하고 있다. 당연히 글쓰기에 대해서는 남다른 경험과 현실감각을 지닌 분들이다. 또한 이들은 지난해(2018) 어버이날을 앞두고 의기투합해서 『꽃 진 자리에 어버이 사랑』(푸른사상사)이라는 산문집을 내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이 다시 모인 것은 그런 뜻깊은 일을 해낸 결집력의 우정 어린 지속이라는 의미도 있겠고, 나아가 지난해와는 또 다른 생산적 의미를 찾고 싶어한 것으로도 짐작된다. 그리고 이들은 앞선 ‘어버이 사랑’처럼 정서적 감흥을 불러오는 데 익숙한 것이 아닌 주제를 모의했고, 오늘 그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이걸 그냥 ‘10인 여성 문필가의 테마 수필집’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식의 기획을 행하기가 어려운 출판 현실을 고려하면 그 정도 명명은 너무 소박한 의미 부여가 될 것 같다. 더구나 이들의 오늘 주제는 ‘애장품’. 이는, 선비들이 흔히 내적 품격을 외적으로 드러낼 때 즐겨 다루던 전통적 소재에 대한 현대 여성으로서의 대응이 될 테마이자 오늘날 인간의 유전자마저 복제되는 세태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나 적어도 세속인들이 소장품을 통해 드러내온 아비투스(habitus)에 대한 뜻깊은 성찰을 유도할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실로 내 삶과 함께했던 애장품들이 없지 않았다. 성장 과정을 함께했던 피아노, 내 일상의 미각에 호응하고 있는 커피 머신, 내 몸의 표현에 위안을 주는 장신구, 이동의 편리를 안전하게 도모해주던 자동차, 내 가족들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이나 물건 등등……. 그러다 보면 그것들에 깊은 정이 가서 버릴 때가 되어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지니게 되는 그런 물건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정말 내 곁에 있으면서 내 내면에 안정과 자긍심을 주어온 진정한 애장품도 있게 된다. 어느 날 문득 애장품이라는 테마가 몰고 온 가벼운 사색이 어느덧 깊은 성찰로 이어져 이렇듯 자신의 내면에 놓인 진정한 애장품과 만나는 과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의 산문들은 모두 이렇게, ‘애장품’이라는 테마 앞에서 문득 시작된 성찰의 과정과 그 결과로 만난 ‘애장품’의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