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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3489855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8-08-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게임의 목적 : 왜 이 게임을 하고 있나
0-2 성게이머설 性Gamer說 : 내추럴 본 게이머
이 세계가 게임이라는 증거들
1-1 잠의 존재 : 일종의 셧다운제
1-2 조금 엉성한 빅뱅이론 : 너무 대충 둘러댄 것 아닌가
1-3 쓸데없이 너무 넓은 우주 : 낭비는 본능이다
1-4 교묘한 물리엔진 : 그냥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것들
1-5 복잡 미묘한 인간의 존재 : 어쩌다가 이런 생명체가
1-6 개입하지 않는 신 : 일해라 운영자
02 그런데 게임의 상태가 …?
2-1 스탯 재분배가 안 된다 : 낙장불입
2-2 조정 불가능한 플레이타임 : 켠 김에 무덤까지
2-3 원 라이프 노 데스 : 인생은 실전
2-4 난이도 조절 실패 : 쟤랑 같은 게임 하고 있는 것 맞아?
2-5 게임 운영의 한계 : 어디든 고인 물은 있다
03 캐릭터 생성의 정석
3-1 캐릭터 속성의 분류에 대해
3-2 애써도 결정할 수 없는 것
3-3 생각과 달리 결정할 수 있는 것
04 이 게임을 공략하는 방법들 - 스킬트리 Skill Tree
4-1 물질계 : 다 내 거야 감자튀김
4-2 사회계 :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관심뿐
4-3 생물계 : 먹고 자고 하고 싸고
4-4 정신계 :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05 이 게임의 승리조건 :
정해지지 않은 목표를 찾아서
에필로그 Thanks to
리뷰
책속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최대 100명이 가상의 공간에 함께 떨어져서, 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벌이는 배틀로얄식 게임이다. 전투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도 1위를 차지(게임 속에서는 ‘치킨을 뜯는다’고 표현한다)할 수 있다. 그러나 매 게임마다 주어진 목숨은 하나뿐이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템과 유저를 마주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파밍한 아이템이 변변치 않거나 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인 형국이라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라도 살기를 기도해야한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대신 적의 뒤를 노릴 수도 있다. 나대신 죽은 동료의 아이템을 취해 나아갈 수도 있다.
이런 일련의 플레이들이 언뜻 고결하거나 추해보일 수는 있을지언정, 선악을 구분할 순 없을 것이다. 나와 당신을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들은 그저 자신에게 더 즐거운 게임을 하고 싶다. 결국 우리가 갖고 태어나는 거라곤…
처음 경험하는 지름 4만 킬로미터의 구체 위에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싶은 바람뿐이다.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성경에서 나오는 ‘인간을 사랑하고 아끼며 어떤 잘못이든 용서해주는 자애로운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우리가 이어지는 삶 속에서 목도하고 경험하는 모든 비극은 일어나지 않아야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고, 어떤 곳에선 무기를 들어 서로를 죽이고 상처 입히며, 사랑하는 사람이 병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거나, 거세당한 채 하루하루 죽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일들이 발생하는가? 자신의 피조물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며 즐기는 사디스트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신론자가 되는 것이 더 편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라는 절대적 존재의 가정 없이는 이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답 비슷한 것조차 낼 수 없다. 인간의 존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신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애초에 신의 선악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혹자는 신을 우주 너머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라고도 한다. 버릇없는 놈 같으니. 뭘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게임이라고 하면 간단하게 설명된다. 게임에서 신이라고 하면 게임기획자 내지 게임마스터(GM)이다. 롤플레잉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게임기획자는 게임 속 콘텐츠를 마냥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만 채우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 진행을 위해 문제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내고, 명확하면서도 복잡한 대립 구도를 임의로 만들어 유저 간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