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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55506790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25-10-30
책 소개
사회학자 강인철 교수의
양심적 병역거부, ‘공론화와 제도화’ 편
새롭게 전환된 평화의 시대를 숙고하는
인간적 양심의 제도화와 그 너머를 위하여
과거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실제로 격렬한 대립과 충돌을 초래했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전혀 가시화되지 못한 갈등으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 범위가 종교적ㆍ사회적 시민권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소규모 개신교 종파들의 사정으로 한정되었기에, 반세기가 지나도록 사회적 쟁점화의 파급력이 부족했던 이유가 컸다. 하지만 비록 공론화되지는 못했을지라도 우리 사회의 ‘어둡고 격리된’ 곳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반세기 전부터 줄곧 엄존해왔다. 지금껏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물경 2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만한 숫자의 인간사가 개입되었음에도 이토록 오랫동안 망각과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사회적 쟁점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와중에 2001년 초 한 언론사의 노력으로 이 주제가 공론의 무대 위로 올라서는 일대 사건이 발생한다. 저자는 이 ‘최초 공론화’라는 촉발 행위가 무서운 기세의 후폭풍을 몰고 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두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적는다. 이 책은 바로 이때를 한국 사회에서 평화(개념)의 전환 시점으로 인식하고, 본격화된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권 문제를 입체적으로 고찰해나간 문제작이다. 그리하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 공론화와 정치적 거부자의 등장으로 완전히 달라진 이데올로기 지형 속에서 근 20년에 걸친 갈등과 대체복무제의 성취 과정, 대체복무제의 도입 및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드러나는 한계들,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안에서 인권운동과 반전평화운동의 분화ㆍ전환, 정치적 병역거부자들의 내러티브에 대한 분석, 종교-폭력ㆍ전쟁-평화의 복합적 얽힘 속에서 드러나는 종교와 양심적 병역거부의 관계 등을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다.
『전쟁과 양심,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을 구성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쉰세 번째 책이다.
‘보이지도 않던’ 사회 갈등에서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갈등의 역사는 거의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 말 태평양전쟁 때 징병제가 도입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생겨났다. 당시 개신교 계통 평화주의 교회들이 일부 있긴 했지만 교세도 미약한 데다 식민 당국에 의해 교단 해체까지 강제당한 처지였기에, 식민지 조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직접적인 교회-국가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1939년 상반기 일본에서 투옥된 조선인 여호와의증인 신자들, 1944~1945년 사이에 집단적으로 징집을 거부하고 항일 무장투쟁에 나서거나(함양의 보광당 그룹, 경산 죽창의거 그룹), 징집 후 탈영하여 중국에서 항일 무장저항세력에 합류한 학병 출신자들이 한국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되었다.
해방과 함께 징병제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 직전 및 도중에 남북한에서 징병제가 실시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싸고 처음으로 교단 차원에서 국가와 종교가 대립하게 되었다. 그렇게 양심적 병역ㆍ집총 거부로 인한 교회-국가 갈등이 1950년부터 이미 시작되었고, 1953년부터 반세기 동안 1만 명가량이 군형법의 항명죄나 병역법의 병역기피죄로 투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 자체가 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접한 극소수조차 ‘신성한 국방의무’ 담론의 지배력에 포섭되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반(反)국가적ㆍ비(非)국민적 병역기피자’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한국 사회를 가득 채울 정도로 팽만한 군사주의는 일상화ㆍ자연화 수준을 넘어 도덕화ㆍ신성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다. 재림교회와 여호와의증인 교단이 한국 주류 개신교 교파들에 의해 이단시되었던 점, 이 교단들의 사회적 지위와 평판이 낮고 교세 면에서도 미약했던 점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가시화와 공론화를 방해한 요인이었다. 철저한 ‘사회적 어둠(social darkness)’ 속에서, 두 교단의 청년 신자들은 사회적 낙오자(전과자)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신앙을 저버리는 배교자가 되어야 하고, 신앙을 지키려면 사회적 낙오자가 되어야 하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70년 가까이 갇혀 있었다.
평화의 시대를 이끄는 중심 의제로
언급했다시피 2001년 초에 한 언론사의 노력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이슈가 공론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90년대 매년 500명 이상의 청년들이 집총을 거부해 교도소로 향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인원은 1천 명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의 폭로,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그들이 갈 곳은 감옥뿐인가”라는, 기자의 항변 섞인 애절한 호소는 우리 사회에 깊고도 넓은 울림을 선사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공론화 이후 지난 20여 년의 시간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문제를 더 깊이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했노라고 저자는 적고 있다. 2001년 이후 ‘새로운 유형의 거부자들’, 즉 평화주의 성향의 주류 종교인과 비종교인들로 구성된 ‘정치적 거부자들’이 속출했던 상황은 한국 사회에서 낯설던 평화운동이 급속히 발전하는 데 촉진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운동 자체가 평화운동의 가장 중요한 일부를 이루기도 했다. 2001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은 병역법 개정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 입법 시도, 하급심 판사들의 연이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심지어 무죄 판결 등 괄목할 변화를 이끌어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한편으로, 국방부ㆍ병무청과 법무부를 다른 한편으로 상이한 목소리들이 나오는 등 행정부 내에서조차 균열의 조짐이 나타났으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 지형에서도 더디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이 책의 서사
―대전환
제1부에서는 2001년 공론화부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확정되기 직전까지의 갈등 과정, 그리고 제도 도입 이후의 양상과 문제들을 분석한다. 우선, 2001년 공론화 전후의 상황, 공론화를 가능케 한 요인들, 공론화의 성과들을 분석한 데 이어, 2002~2007년 사이 새로운 유형의 병역거부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교착적 갈등의 전개 과정을 기술했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이 인권운동과 반전ㆍ평화운동으로 분화되고, 인권운동에서 반전ㆍ평화운동으로 점차 전환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관찰했다. 다음으로, 병역거부 소견서ㆍ편지ㆍ수필 등을 활용해 ‘정치적 거부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재현하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이때 그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한 다양한 이유와 동기, 고뇌로 점철된 세월을 거쳐 공개적인 병역거부 선언에 이르는 역정에 대해 주로 서술했다.
―대체복무제의 갈등적 도입과 시행
제2부에서는 대체복무제가 갈등 속에 도입되는 과정, 그리고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과정에 천착했다. 먼저 노무현 정부의 전격적인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이 정권교체와 더불어 이명박 정부에 의해 극적으로 뒤집히는 어지러운 사태 전개,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동향을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어 2018년 초부터 시작된 하급심 판사들의 ‘반란’에서부터 헌법재판소ㆍ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이 이뤄지기까지의 긴박했던 상황 변화, 2018년 헌법재판소ㆍ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을 계기로 2019년 한 해 동안 요란한 논쟁 속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대체복무제도, 말하자면 ‘한국형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는 과정 등이 서술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발생한 온갖 시행착오와 고통, 갈등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면서 제도 개선의 방향도 함께 모색해보았다.
―종교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3부에서는 폭력,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세계종교 및 한국 종교들의 대응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여태껏 이런 시도는 거의 없었기에, 이번에 최대한 심층적ㆍ입체적ㆍ종합적 분석이 되도록 힘썼다. 전쟁ㆍ군대ㆍ병역에 대한 주요 종교들(천주교, 개신교, 불교)의 입장을 고찰함과 동시에, 군종제도에 대한 주요 종교들의 접근법,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는 ‘선택적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두루 다뤘다. 특히 한국 불교사에서 ‘호국불교’ 담론과 ‘승군(僧軍)’ 담론이 전쟁ㆍ폭력과 병역을 정당화하는 ‘두 전통’으로 확고히 자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불교가 ‘의로운 전쟁’으로 내세우는 유형들에 대해, ‘국교’의 지위에서 외국ㆍ이민족 침략에 대항하는 ‘호국불교 전쟁(1)’, ‘비국교’ 지위에서 불교에 대한 국가의 차별ㆍ주변화 경향을 역전시키기 위해 전쟁에 참여하는 ‘호국불교 전쟁(2)’, 역시 ‘비국교’ 지위에서 국가의 불교 억압에 대항하는 ‘반(反)정부 호교(護敎) 전쟁’의 세 가지로 제시했다. 3부에서는 한국의 3대 종교인 개신교ㆍ불교ㆍ천주교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전쟁ㆍ평화 윤리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소개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2001년 갑자기 돌출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한국 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태도와 대응을 상세히 분석하고 평가했다.
♣ 또 하나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전쟁과 양심: 세계와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평화의 전환, 공론화 이후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함께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 2부작을 구성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세계사와 한국사, 그 양자의 대조를 통한 한국의 특수성 규명에 중점을 두었다. 먼저 세계사 차원의 포괄적 개관 위에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나온 한국전쟁 때부터 2000년까지 반세기의 역사를 재조명한 뒤, 195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중반 사이 징병제 도입과 그 정착에 따르는 교회-국가 갈등의 점진적 격화 과정에 집중하면서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사史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서구 사회들과의 비교 맥락에서 고찰해나간다.
목차
머리말
《제1부 대전환》
제1장 2001년의 거대한 전환: 양심적 병역거부의 공론화
1. 공론화의 과정
2. 왜 2001년이었나?
3. ‘비국민’에서 ‘양심수’로: 공론화의 과실果實들
제2장 희망과 절망의 교차
1. 증가하는 정치적 거부자들
2. 밀고 당기기, 혹은 교착
제3장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의 분화와 전환
1. 두 접근
2. 운동의 분화와 전환
제4장 거부자들: 병역에 저항하는 다양한 양심적 동기들
1. 정치적 병역거부자들: 인물과 자료
2. 이끄는 마음: 동기화 요인들
3. 흔들리는 마음: 탈동기화 요인들
《제2부 대체복무제의 갈등적 도입과 시행》
제5장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과 좌초, 심화하는 국제 고립
1. 노무현 정부의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
2. 정권교체와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 백지화
3. 국제사회의 거세지는 압력, 한국 정부의 국제적 고립
제6장 반전反轉: 2018~2019년 대체복무제의 갈등적 도입 과정
1. 하급심 판사들의 반란과 헌법재판소ㆍ대법원의 역사적 판례 변경
2. 논쟁 속으로: 어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가?
제7장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
1. 대체복무제의 시행
2. 한국형 대체복무제
3. 현역군인과 예비군의 양심적 병역거부
4. 추가적 성찰의 쟁점들
《제3부 종교와 양심적 병역거부》
제8장 종교와 폭력, 군대, 전쟁
1. 종교, 폭력, 평화(1): 종교-폭력 관계의 다양성
2. 종교, 폭력, 평화(2): 종교폭력의 유형과 메커니즘
3. 종교와 군대: 군종제도
4. 언제 평화 지지자가 전쟁 지지자로 바뀌는가?: 정치적ㆍ사회문화적 결정 요인들 개별적 거부자들
제9장 양심적 병역거부와 종교(1): 그리스도교
1. 천주교
2. 개신교
3. 여전한 딜레마: 정의로운 전쟁 전통과 선택적 거부
제10장 양심적 병역거부와 종교(2): 불교와 다른 종교들
1. 불교, 폭력, 전쟁
2. 한국 불교와 폭력ㆍ전쟁: 두 전통
3. 전쟁과 폭력의 불교적 정당화 논리
4. 이슬람교와 힌두교
제11장 2001년 공론화에 대한 주류 종교들의 대응
1. 개신교(1): 자유주의 세력
2. 개신교(2): 보수 개신교 혹은 개신교 우파
3. 천주교
4. 불교
5. 소결과 평가
맺음말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수록 도판 크레디트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총서 ‘知의회랑’ 총목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ㆍ필자는 2001년의 의의를 “정당성이 결여된 체제의 희생양 찾기”와 연관하여 해석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식민지엘리트(colonial elites) 출신으로 구성된 해방 후 지배층은 정치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결여하고 있었기에 반공주의와 분단체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분단체제에 의해 적극적으로 선택된 무죄한 희생양들”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보복 능력과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처벌을 감수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체제 위험도가 가장 낮은 희생양들”이기도 했다. 역으로, 무력하고 순종적인 희생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분단체제 공고화에 기여하는 역설 또한 발생했다. 이처럼 분단체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사이에 ‘악순환적 상승작용’이 반세기 동안이나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2001년의 공론화는 분단체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간 악순환적 상승작용의 ‘정상성’이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음을, 그것이 심각한 의문의 대상으로 떠올랐음을 의미했다.
― ‘제1부 제1장 2001년의 거대한 전환: 양심적 병역거부의 공론화’ 중에서
ㆍ2001년 말 ‘정치적 병역거부자’ 출현의 역사적 기원은 199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평화운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특히 1999년에 창립된 평화인권연대가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의 등장과 이슈 공론화에 크게 기여했다. 임재성에 의하면 1990년대 말의 평화운동 활동가들에게는 이미 “군대나 군사주의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 이런 공감대와 문제의식이야말로 2001년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의식의 수용과 폭발적 확산을 가능케 한 비옥한 토양이었다. 그렇게 한국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이 시작되었다.
― ‘제1부 제3장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의 분화와 전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