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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55814918
· 쪽수 : 38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들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갔고, 알고 나서는 금세, 깊이 사랑에 빠졌다. 남자는 고백과 청혼을 했으며 여자는 청혼을 승낙했다. 누가 더 상대의 이상형에 가까운지, 누가 더 행복했는지 가려낼 필요도 없었다. 짧은 행복의 시간이 이어졌으나, 너무 짧았다. 곧 고난이 닥쳐왔다. 월터 경은 허락을 구하는 말을 듣고도 허락하지 않거나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경악과 냉정함, 침묵으로 일관했고,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숨기지 않음으로써 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는 이 결합을 대단히 굴욕적으로 여겼다.
어퍼크로스가 불과 5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긴 해도, 원래 있던 곳에서 벗어나 다른 무리 속으로 옮겨가게 되면 대화나 견해, 생각이 완전히 확 바뀌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머물 때마다 항상 그런 인상을 받았다. 다른 가족들도 여기로 와서, 켈린치 홀에서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든 관심이 집중될 만한 일들이 여기에서는 얼마나 무심하고 대수롭지 않게 취급되는지 보았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자신의 세계 밖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하는 교훈도 깨우쳐주곤 했다.
가만히 두고 보는 대신 기꺼이 도와준 그의 친절, 예의 바른 태도, 말없이 조용히 처리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을 생각하느라 앤의 머리는 복잡했다. 그러나 그가 아이와 시끄럽게 노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앤에게 감사의 말을 듣고 싶지 않고, 그와의 대화를 전혀 원치 않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런 소란으로 일어난 복잡하지만 대단히 고통스러운 마음의 동요가 채 가라앉기 전에, 때마침 내려온 메리와 머스그로브 자매에게 어린 환자의 간호를 맡기고 방에서 벗어났다. 앤은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가 없었다. 네 남녀 간의 애정과 질투를 관찰해볼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이제 모두 한자리에 모였지만, 앤은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