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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7831548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제 1 부
절약의 불가피성
망해도 의연하게 사는 방법
제 2 부
우선순위를 정하기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집의 가치에 대해서
‘멋진’ 외식과 그 밖의 나쁜 습관들
가난해진 사람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 보람 있는 이유
휴가 여행이 필요한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기술
매스미디어를 건전하게 무시하는 방법
아이들, 아이들
아둔하지 않게 쇼핑하는 방법
제 3 부
왜 돈이 행복의 걸림돌인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
+
어휘 해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오늘날 가난해지는 사람은 자신만이 실패자라고 느낄 필요가 없다. 훨씬 더 포괄적인 과정의 일부로 가난해지는 것이며, 따라서 그의 운명은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이것에 위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혼자서 개인적으로 실패하는 것보다는 시대와 함께, 자신이 속하는 사회계층 모두와 함께 물러나는 경우가 견디기 훨씬 쉽다.
내 옛 동료 하나는 일하던 신문사가 폐간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는데, 지금도 무척 바쁜 언론인인 척한다. 오후에는 정부 청사가 모여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간단한 다과가 접대되는 기자회견장을 우아하게 찾아간다. 그러면 점심식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말을 걸면 사실은 맡은 일이 없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따금 텔레비전을 보다 뉴스 전문 채널을 틀면 기자회견장의 복작거리는 기자들 틈에 끼어 열심히 메모를 하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식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오로지 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 때문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 분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이 본연의 삶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여겼다. 일의 의미와 목적은 여가를 즐기기 위한 데 있었다. 이제 다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최근에 나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옛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그 친구가 포도주를 마시지 않는 것에 깜짝 놀랐다. 나는 그를 대단한 포도주 전문가이며 애호가로 기억하고 있었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이따금 포도주 감정가로 일할 정도였다. 그 친구는 좋아하는 포도주를 더 이상 마실 처지가 못 된다며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나마 임시변통으로 마실 수 있는 보르도산 포도주는 주머니 사정을 능가하고, 싸구려 묽은 포도주는 사절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그 친구는 포도주가 아니라 물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음료인 독일 맥주만을 마신다.
우리 모두 포도주를 마시던 시절에 맥주를 사회적으로 약간 열등한 것으로 무시하지 않았던가? 포도주의 독한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하면서도 더 우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흔히 파티 석상에서 맥주 대신 포도주에 손을 뻗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유럽의 뛰어난 포도주 전문가가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이제 맥주만을 마신다고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