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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58772581
· 쪽수 : 478쪽
· 출판일 : 2021-09-30
책 소개
목차
타인의 눈
허수(虛數)의 윤리
기묘한 간주곡(間奏曲)
새로운 출발
천사의 동산에서
X+X+X+Y=X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나의 병리 현상으로 보고 추적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긴 하지만 단순한 읽을거리로 되는 것보단 시대 배경을 충분히 감안한 소설로 만드는 것이 훨씬 웨이트 있는 것으로 될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존재들이란 경제인 아닙니까. 그런데 경제인이 경제인으로서 등장하는 소설이 없지 않습니까. 그들의 포부와 야심, 그리고 생리와 병리, 애욕의 문제 등이 소상하게 취급되어 있는 소설이 없단 말입니다. 기껏 하잘것없는 월급쟁이, 실업자, 바나 살롱에 있는 여자들, 비행 청년, 비행 소년, 비틀거리는 중년 여자…… 물론 그런 것 갖고 문학이 안 될 이유도 없지만 언제나 우리 문학이, 아니 소설이 그런 것 주변만을 맴돌아서야 되겠습니까. 대담한 정치소설, 대담한 기업소설이 정정당당하게 문학으로서의 메리트를 갖추고 등장해야죠. 그럴 때 비로소 문학이 사회에서 정당한 발언권을 주장하게 될 게 아닙니까. 지금 형편으론 아직도 문학은 아녀자의 것, 일부 문학 청년의 것밖엔 되어 있지 못합니다. 아녀자들의 독점물이라고 해서 문학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하는 그런 문학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이 선생께서 한번 신기록을 내 보시구려. 그 첫째의 시도로써 위한림을 등장시키는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내 특종기사쯤은 문제도 안 될 것이니 재료를 드리겠소. 내가 특종기사를 쓰려고 노린 것은 차가운 사회의 눈이 어디에선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제인, 정치인이 감득할 수 있게 하자는 거였지요. 신문기자가 그만한 사명의식 없이 그날그날을 지낸대서야 어디 말이 되겠어요? 그래서 그런 준비도 하고 있는 겁니다만, 이 선생께서 소설을 쓰시겠다면 아낌없이 드리죠.”
“정직하게 산다는 건 사회의 희생자가 될 뿐이오. 정직하게 살아 집 한 칸을 장만할 수 있는 세상입니까? 정직하게 살아 아이들 공부나 제대로 시킬 수 있는 사회입니까? 공무원도 그렇습니다. 정직하게 근무하다간 정년퇴직을 당한 사람들, 그 정황이 답답하더만. 공무원 노릇 할 때 요령껏 해처먹은 놈들은 그만둔 뒤에도 자가용 굴리고 삽디다. 내 이웃집에 공무원 하다가 그만둔 영감이 있는데 위경련으로 죽게 됐어요.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에 달려갔더니 선금을 내야 치료해 주겠다는 겁니다. 그 집에 돈이 있어야죠. 쥐꼬리만한 저금이 있긴 했는데 도장하고 통장을 맡겨도 마구 거절입니다. 그 얘길 듣고 내가 돈을 냈지요. 사기꾼 정광억의 돈이 선량한 시민 하나를 살린 겁니다. 이웃에 사기꾼이 없었더라면 그 영감은 병원 문턱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죽었을 거요. 세상에 이와 비슷한 일이 어디 한두 가지겠어요? 수단 불구하고 돈을 벌어라, 돈만 있으면 붙들려가도 놓여나올 희망이 있다, 이겁니다. 그래 나의 신념은 이렇소. 강도와 절도 빼놓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면 다 하겠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