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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58772659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1-09-30
책 소개
목차
루쉰 편
루쉰과의 대화
도스토옙스키 편
인생(人生)에 쉬운 문제란 없다 | 그의 생애 | 『죄와 벌』에 관해서 | 『죄와 벌』을 쓴 시기 | 『죄와 벌』이 제시한 문제들 | 페트라셰프스키 사건 |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의 각서 |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의 재판 |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의 공술서(供述書) | 『악령(惡靈)』에 들어서기 전에 | 『악령(惡靈)』의 스타브로긴 | 공격 논문으로서의 『악령(惡靈)』 | 『악령(惡靈)』에 관한 평가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문전(門前)에서 | 카라마조프적(的) 드미트리 | 이반 카라마조프 | 대심문관(大審問官) | 카라마조프 | 3대 연애 | 마리아 드미트리에브나 이사예바 | 마리아 이사예바 | 제2의 연애 | 속 제2의 연애 | 중간극적(中間劇的) 연애 | 안나 쿨코프스카야 | 최후의 연애 | 《작가의 일기》에 대한 감상 및 기타
저자소개
책속에서
글을 쓰지 않고 있을 동안에 나는 루쉰의 비교적 충실한 제자일 수가 있었다. 주변에 생기는 일. 눈에 띄는 글을 그의 정신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면 되었던 것이니까 그랬다.
그러나 내가 글을 써서 발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루쉰은 내게 있어서 거북한 교사가 되었다. 실천에 있어서 그를 따르기엔 그의 정신은 너무나 준열했고 나의 의지는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루쉰의 제자로서의 자기를 끝끝내 보전하고 싶었다. 그것은 도대체가 무리한 일이기도 했다. 그 결과가 내게 징역 10년을 안겨준 필화사건(筆禍事件)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필화사건의 원인이 루쉰에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 된다. 똑바로 말하면 그 필화의 원인은 루쉰의 정신과 기법을 충전하게 배우지 못한 나의 성실성의 부족, 기량의 미흡에 있었던 것이다.
일제 말기, 이른바 일본의 학도병으로 중국 대륙의 한구석에서 나는 일본 용병으로서의 고통을 그의 『죽음의 집의 기록』을 읽은 기억으로써 견디어 냈다.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칸트도, 톨스토이도, 어떤 명현(名賢)과 선철(先哲)도 그때 나에겐 아무런 힘이 되지 않았다. 다만 도스토옙스키가 그려 낸 그 시베리아의 유형지 현장의 기록만이 내게 용기를 주고 인내심을 가꾸어 주었다.
도스토옙스키는 무거운 수가(手枷)와 족가(足枷)를 하고 감시인의 잔인한 학대를 받으며 4년이란 세월을 지냈다. 그곳은 바로 지옥일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고통에서 살아남아 “이 감옥의 벽 속에서 얼마나 많은 청춘이 무위(無爲) 속에 망했을까. 얼마나 위대한 힘이 터무니없이 망했을까. 솔직하게 말해 그들은 모두 주목할 만한 사람들이었다. 가장 재능이 있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위대한 능력들이 망쳐지고 있다. 부자연하게 불법(不法)하게 돌이킬 방도도 없이 망쳐져 가고 있다. 누가 나쁜가. 그렇다. 누가 나쁜가 말이다” 하고 외친 것이다. 『죽음의 집의 기록』의 이 마지막 부분을 나는 염불 외우듯하며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