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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0401134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7-12-04
책 소개
목차
1부 대공원 옆 동물원
2부 육식 원숭이
3부 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녀가 샤워하는 동안, 남편은 이제 아이를 묶어 지하 작업실로 내려보낼 것이다. 거기 어두컴컴한 바닥에 하루 이틀쯤 혼자 버려둘 것이다. 그래야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해질 테니까. 어쩌면 과도한 전기쇼크 때문에 심장이 오그라들어 내일 새벽쯤 숨을 멈추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를, 잔디밭의 거름으로 쓸 것이다. 내년 봄이 되면, 아이를 거름 준 자리의 흙은 새카맣게 젖어 들고, 잔디들은 주위 어느 것들보다 더 파릇파릇 생기를 띨 것이다.
증세가 나빠지려 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징후는, 꿈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꿈이란 누구나 꾸는 것이며 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두려운 것은, 잠잘 때 꿈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들이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신과의 대기실에서 말이다.
어째서 치를 떨게 되는지, 박태자는 알지 못했다. 점잖지 못한 우아하지 못한 감정들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고무공처럼 튀었다. 그러곤 치를 떤다는, 순간적인 신체적인 증후로 나타났다. 남편이 지하 작업실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을 아이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남편의 눈물이, 아이가 불쌍해서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아마도, 아이를 꾀어내어 차에 태워 기절시키고 뒤뜰에 팽개친다는 그 격렬한 행위와 관련 있을 것이었다. 흔치 않은 그 격렬함의 순간이 해소된 후에, 느닷없이 밀려드는 어떤 감정과 관련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