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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91160406856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고인 곁에 앉다
전통
저스티나의 신부
저녁 외출
그라일리스의 유산
고독
신성한 조각상
로즈 울다
큰돈
거리에서
무용 선생의 음악
밀회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녀가 흠모하는 소년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하얗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부드러웠고, 도자기 같은 피부에 종종 나타나는 분홍빛이 없었다. 그녀는 그 창백한 색깔을, 그 얼굴 속의 짙은 눈동자를, 이마의 윤곽과 완벽하게 나란한 앞머리를 사랑했다.
걸어가는 동안 그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목소리는 오래전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던 그 소년들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짐작했듯이, 그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도 비슷한 부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비슷한 부류를 알아보았다.
그때, 지속될 수 없는 것은 시작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의 취향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가능성처럼 보였던 것이 흔히 그렇듯 45분이 지나자 더 이상 가능성으로 보이지 않았다. 많은 것이 괜찮았다고, 에벌린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즐거운 만남이었고, 당신 또한 즐거웠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었다. 에벌린의 잔은 여전히 채워져 있었고, 제프리의 잔도 마찬가지였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으나,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 우정으로 전과 달라진 방 안에는 그들의 삶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고, 후회나 과거에 있었을지 모를 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단어를 통제하는 능력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지나간 과거를, 그는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녀가 커피를 내오면 그는 내리는 비나 차가운 봄의 햇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고, 다시 와일드펠 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넓은 현관을 배경으로 계단 위에 서 있었고, 그의 백미러에 보이던 그녀의 모습은 곧 버드나무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