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0870954
· 쪽수 : 294쪽
· 출판일 : 2022-03-25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서른두 살 / 나를 말하다
*
나태의 미덕 / 박쥐의 자세 / 우울한 청춘 / 종전 즈음 / 버섯의 독백 / 에고이즘에 대하여 / 세대의 상흔 / 나의 소설작법 / 나의 소설작법 / 김사량에 관하여 / 천황제에 대하여 / 인간 회복 / 청진기 / 한인망상 / 앞으로 반세기는 살고 싶다 / 2루의 모퉁이에서 / 현재 횡와 중 / 나의 노이로제 투병기 / 전쟁이 시작된 날 / 인간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 / 너무 열심히 공부하지 마라 / 거처는 기운을 옮긴다 / 애매미로부터 배우다 / 초롱아귀에 대하여
*
잠버릇 / 안경 이야기 / 고양이와 개미와 개 / 어느 추운 날 / 어느 한때 / 이즈카 주점 / 표주박 / 말매미와 달걀 / 백 엔 지폐
작가 연보
책속에서
하기야 난 어느 쪽인가 하니 일이 닥쳐올수록 게을러지는 경향이 있다. 일이 한가할 땐 비교적 착실히 일하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기만 하지 않고 매미를 잡으러 나가거나 거리로 나가곤 한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로 일이 있어야만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이 성립하지 일이 없는데 게으름을 피운다거나 하는 게 성립할 순 없다. 다시 말해 일이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다.
- 「나태의 미덕」
학생 생활은 본래 좀 더 즐겁고 보람 있어야 하지만 나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학생 생활을 돌아보면 언제나 나에겐 우중충한 기분이 따라붙는다. 청춘기에 있곤 하는 우울증, 그것이 줄곧 나와 이어져 있던 것 같다. 좀 더 심각했다면 분명 신경쇠약으로 치료 대상이었을 테지만 병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심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도리어 그것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청춘을 풍요로이 즐기는 청년남녀를 보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선망과 함께 옅은 적개심을 느끼곤 한다.
- 「우울한 청춘」
바깥으로 나와 힘껏 방뇨하고, 그러고서도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아 밤길을 쏜살같이 달려 올라가 아무 용건도 없이 거주구역으로 돌아왔다. 거주구역으로 들어가자 그 가장 안쪽에 나란히 걸터앉은 채로 전신 선임 하사가 자고 있었다. 나는 그를 힘을 실어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고 낮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선임 하사는 눈을 부스스 뜨더니 그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쩐지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보였다.
- 「종전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