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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0870503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9-09-1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햣켄 선생이 사랑한 어린 시절의 풍경
그는 고양이로소이다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
센초(千丁)의 버드나무
노라에게 내리는 가을 소나기
노라, 아직 돌아오지 않다
고양이 귀에 가을바람
고양이 로맨티시즘
쿠루야, 너냐?
울보
카터 쿠루쓰 부록
울타리 너머 이웃집
쿠루가 지나가는 길
「노라야」
부록: 고양이가 말을 했다
역자 해설: 햣켄 선생이 사랑한 변치 않을 고양이들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작가 연보
책속에서
나는 그날 오후 3시 무렵까지 잠들어 있었지만 내가 잠들어 있던 정오 즈음, 아내는 부엌에서 노라를 껴안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노라는 지난밤에 남겨둔 초밥집 주먹밥의 지붕 계란부침을 받아먹었다. 잠깐 목욕장으로 들어가 누워 있다가 얼마 뒤 2시쯤 아내가 새 방석을 수선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마루에 앉아서 한쪽 발을 다다미 위로 내밀며 다다미로 몸을 뻗는 등 좀처럼 하지 않는 행동과 함께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냐아? 하고 울었다. “가볼까” 하고 말하며 아내가 일어서려 하자 먼저 일어나 벌써 출입구 봉당으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문을 열어 주기 전 봉당에서 노라를 안아 올려 안은 채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는데 건조대 쪽으로 가볼까 하여 그 방향으로 한발 두발 내딛자 노라는 뒤편을 바라보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싶은 눈치라 끌어안은 채 그쪽 방향 세면장 나무문 근처 노라가 늘 기어오르곤 하는 담장 위에 올려두려 하자 노라는 불안해하며 아내의 손을 빠져나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서 담장 아래를 기어 속새 수풀 사이를 빠져나가더니 건너편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함께 상에 앉았다. 술 한잔을 하던 사이 뭔가에 이끌리듯 목욕장에 가보고 싶어져 가보게 되면 다시 울게 된다. 노라가 돌아오지 않게 된 지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났다. 그전까지 매일 밤 들어가던 목욕탕도 아직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욕조 덮개 위로 노라가 잠들던 방석과 덮는 이불용 보자기가 그대로 놓여 있다. 그 위에 이마를 가져다 붙인 채 사라진 노라를 부르며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 하고 중얼거리기를 멈출 수 없다. 이제 됐다 싶어도 또 그렇게 불러보고 싶어져 이마를 방석에 붙이고 다시 노라야, 노라야 불러본다.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도 사라진 노라가 가여워 멈출 수 없다.
아침에 서재로 엽서를 가지러 가서 속달용 우표를 꺼낸 뒤 붉은 금을 긋기 위해 붉은색 연필을 서랍에서 꺼내려 하는데 유리창 밖에서 소리가 났다. 노라가 밖에서 돌아왔을 때와 같은 기척이 나서 꺼내려던 것들을 던져 버리고 황급히 열어보자 예의 노라와 닮은 고양이가 사람 얼굴을 바라보며 노라와 똑같은 목소리로 냐아─ 냐아─ 하고 운다. 참을 수 없어 오랫동안 내리 울었다. 정말로 노라였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한순간에 만사가 회복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