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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1110011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본문
- 01 11
- 02 59
- 03 135
- 04 175
작품 해설 341
리뷰
책속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안 그래도 흐릿한 방안 공기를 더 탁하게 만들면서 모닝 씨의 목을 바라보았다. 달처럼 희었다. 내가 와줘서 기쁘다고 한 마디 하더니 모닝 씨는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별다른 거리낌도 없이 말간 눈길로 내 전신을 훑었다. 음란한 눈길인지 그저 호기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습격을 당한 기분이 들어 나는 고개를 돌렸고, 이름을 묻는 그에게 거짓말로 대답을 했다. 순식간에 아무 망설임도 없이 새 성을 꾸며냈던 것이다. 데이비드슨이라고. 그렇게 해서 나는 아이리스 데이비드슨이 되었다. 방어 행위였다. 무정형의 위험에서 자기방어를 하는 나 나름의 방식이었다.
“속삭임이 본질적으로 중요합니다. 온전한 인간의 발성은 지나치게 개성이 강해 그 자체의 역사가 너무 뚜렷하게 도드라지거든요. 전 익명성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래야 사물의 순수성이 막힘없이 새어나와 벌거벗은 정체를 드러내거든요. 속삭임에는 특징이 없어요.”
조지는 자기가 내 욕망을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감질 나는 자극을 받았다. 그게 나는 두려웠다. 역겨운 건 이 음흉한 관계에 내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고 내 동기도 순수하지 않았다. 조지는 천리안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말하지 않은 내 안의 무언가를 찌르는 법을 알았고, 나 역시 그가 흥분에 상기된 얼굴로 내 쪽을 보던 바로 그 순간 그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걸 틀림없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