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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4051076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1-05-24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 개에 관한 책으로 이보다 훌륭한 것은 없다-최재천
들어가며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출간 후 17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감사의 말
참고문헌
리뷰
책속에서
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는 그들을 훈련하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훈련도, 불렀을 때 다가오게 하는 훈련도 시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린 개들은 늙은 개들을 흉내 냈고, 그에 따라 집 안에서 생활하는 법을 완벽하게 익혔으며, 모든 개가 부르면 대체로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 자유롭게 개성을 내보이는 개는 엄격한 훈련을 받고 지나친 규율에 얽매인 개가 일생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의 사고와 감정을 단 하루 만에 다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개들은 나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가 모호할 때 무리를 지어 여행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도시를 가로질러 가곤 했는데, 그럴 때면 마리아를 줄에 묶어 내 옆에 세웠다. 그러면 다른 개들은 마리아나 내 뒤를 밟았고, 그렇게 우리는 한 무리처럼 질서 있고 응집력 있는 집단으로 움직였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나는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훈련하지도, 훈련을 목적으로 다른 뭔가를 하지도 않았다. 개들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하기보다는, 내가 그들이 원하는 것 그대로를 보려고 했다.
나는 수의사에게 조이를 묻어달라고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안개 낀 따뜻한 가을 저녁이었다. 그날 나는 회색 개 한 마리가 새로이 들어가게 될 사후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다른 개들 모두가, 어떤 아이는 울타리 안에서 어떤 아이는 울타리 밖에서 웅크리고 앉은 채 가만히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내 몸 냄새를 맡게 했다. … 그들은, 도대체 조이는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냄새를 통해 무엇을 알아냈든,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든 간에 그들은 조이가 아주 멀리 간 게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내가 자리를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는 밤새도록 간헐적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