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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

(하이데거와 정신질환)

Kevin Aho (지은이), 최우석 (옮긴이),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모시는사람들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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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 (하이데거와 정신질환)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262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6-03-20

책 소개

마음의 고통을 병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다시 읽다
우울과 불안의 시대에, 철학이 건네는 가장 정직한 이해의 언어

마음의 고통이 일상이 된 시대

우울과 불안은 더 이상 예외적인 상태가 아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그것은 잠시 스쳐 가는 감정이 아니라, 일상에 상시적으로 배어 있는 마음의 풍경에 가깝다. 이유를 특정하기 어려운 무기력, 설명되지 않는 불안, 관계 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자신감, 미래를 상상할 때 느껴지는 막막함은 이제 개인의 특이한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적 경험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은 여전히 개인의 취약함이나 관리 실패로 환원되기 쉽다. 진단과 처방은 신속하지만, 정작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 고통은 내 삶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다.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 하이데거와 정신질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우울과 불안을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 설명하는 대신,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존재적 경험으로 사유한다. 정신질환을 뇌의 문제로만 이해해 온 현대 정신의학의 통념을 성찰적으로 검토하면서, 고통을 다시 인간 삶의 맥락 속으로 되돌려 놓는다.

진단의 언어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
현대 정신의학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왔다. 약물치료와 진단 체계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했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생물학적 설명이 놓치는 공백을 정확히 지적한다.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중심으로 한 진단 체계는 점점 비대해졌고, 인간의 다양한 정서와 반응이 빠르게 의료화되는 경향을 낳았다. 슬픔, 수줍음, 분노, 소진 같은 경험들은 어느새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 속으로 편입되었다.
저자는 이 과정이 단지 의학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성, 외향성, 자기관리, 성취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감정과 태도는 쉽게 문제로 호명된다. 이 책은 정신질환을 둘러싼 이러한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고통을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와 문화가 만들어 낸 삶의 조건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이데거, 정신병리를 다시 읽다
이 책의 이론적 중심에는 하이데거의 실존적·해석학적 현상학이 있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을 통해 인간을 신경화학적 객체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규정한다. 인간은 언제나 시간 속에 있고, 관계 속에 있으며, 몸을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 따라서 마음의 고통은 뇌 내부에서만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세계-내-존재로서의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가 교란될 때 나타나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우울과 불안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든다. 우울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 둔화되고, 공간이 닫히며, 미래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경험이다. 불안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깨지고 일상의 의미 구조가 붕괴되는 상태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하이데거의 공간성, 시간성, 체현, 이해 개념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하며, 독자가 자신의 고통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존재론적 죽음’과 회복의 가능성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은 ‘존재론적 죽음’에 대한 논의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삶의 가능성이 닫혀 버린 상태, 다시 말해 “할 수 없음”의 경험으로 설명한다. 이때 고통은 단지 불편함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 자체가 무너지는 사건이 된다. 이러한 국면에서 약물이나 기술적 개입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자는 치유를 ‘정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질병 이후의 삶을 다시 서술하고 세계를 재개방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하이데거의 본래성, 초월 개념은 여기서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고통 이후의 삶을 다시 구성하기 위한 사유의 자원이 된다. 이 책은 회복을 단선적 결과로 제시하지 않고, 여전히 열려 있는 ‘길’로 남겨 둔다. 독자는 그 길을 스스로 걸어가며 자신의 경험을 다시 해석하게 된다.

문화, 정상성, 그리고 한국 독자에게 주는 질문
2부에서 전개되는 해석학적 정신의학 논의는 이 책을 동시대 사회 비평으로 확장시킨다. 수줍음, 스트레스, 분노가 어떻게 특정 사회의 규범과 결합해 진단으로 굳어지는지를 분석하는 장들은, 고통의 문화적 조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외향성과 자기주장을 미덕으로 삼는 문화, 성과와 효율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침묵과 망설임, 소진과 분노는 쉽게 병리화된다.
이 논의는 한국 독자에게도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경쟁과 성취의 압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이미 스스로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 책은 묻는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어 온 기준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병들게 해 왔는가.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은 위로의 문장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자신의 고통을 서둘러 정리하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진단 이전의 경험, 설명 이전의 느낌, 치료 이전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우울과 불안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달라진다. 고통은 더 이상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삶이 보내는 신호로 읽히기 시작한다.
이 책은 임상가와 연구자에게는 정신의학을 성찰하는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일반 독자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언어를 건넨다. 무엇보다도, 너무 빠른 처방과 성급한 낙관 사이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에게, 잠시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철학』은 마음을 고치는 책이라기보다, 마음이 놓일 자리를 다시 찾게 하는 책이다. 우울과 불안의 시대에, 이 책이 한국 독자에게 갖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그 점에 있다.

목차

감사의 글
한국 독자를 위한 감사의 글
하이데거 저작(약어)

서론
하이데거와 정신의학
각 장의 개요

1부 현상학적 정신병리학

1장 정신 건강의 의료화: 하이데거적 대안
의료화의 대두
정신병리학에 대한 하이데거의 기여
기분
체현
공간성
관계성
시간성
이해

2장 우울증: 신체, 기분, 자기의 붕괴
운동과 살아 있는 공간
깊은 권태로서 우울증
초월의 문제

3장 불안: 시간의 파괴와 의미의 붕괴
체화와 인지 방해
서사적 붕괴로서 불안

4장 정신질환, 존재론적 죽음,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
왜 현존재는 죽지 않는가?
현존재의 죽음
존재론적 죽음과 질병 서사

2부 해석학적 정신의학

5장 정신질환의 맥락적 이해: 해석학적 정신의학의 가치에 대하여
인식론적, 존재론적 해석학
정신질환을 해석학으로 보기

6장 수줍음의 맥락적 이해
외향성의 특권과 미국적 자아
DSM과 수줍음의 의료화
해석학적 정신의학과 외향성 이상

7장 스트레스의 맥락적 이해
신경쇠약과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후군들
신경쇠약과 자연주의: 간략한 역사
신경쇠약, 정신의학, 그리고 타당성의 위기
해석학, 신체화, 그리고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증후군들

8장 분노의 맥락적 이해
소외, 개인주의, 그리고 미국적 진정성
허무주의와 고향상실 상태
미국적 분노와 진정성의 숭배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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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Kevin Aho (지은이)    정보 더보기
현재 Florida Gulf Coast University 철학과 교수이자 학장이다. 그는 하이데거의 현상학과 실존철학을 바탕으로 정신병리학과 의료인문학에서 인간의 질병, 건강, 고통 등의 경험을 해석학적으로 분석하는 철학자이다. 주요 저서로는 Contexts of Suffering, Heidegger’s Neglect of the Body, Body Matters, Existential Medicine, One Beat Mor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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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기획)    정보 더보기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 중심 가치를 정립할 수 있는 통합의료인문학의 구축과 사회적 확산을 목표로 연구와 실천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인문학 지식의 대중화에 힘쓰고 지역사회의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역인문학센터 <인의예지>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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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의 다른 책 >

책속에서

필자는 이 책이 정신병리학에 대한 하나의 접근법을 제시할 뿐이며, 그것이 유일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하이데거의 유산 중 하나는 그의 사유가 “길”을 제시한다는 인식이다. 하이데거 철학을 “길”(Weg)로 비유하는 것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잠정적이고 개방적이며 미완성적이라는 사실을 뜻한다. 또한 인간 경험에 주어지는 것을 접근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함축한다. 이 책은 이러한 “길”과 같다. 정신질환의 일인칭 경험에 대한 진입로를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오직 공유된 역사적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만 그러한 경험을 이해하고 의미화할 수 있음을 탐색하기 위해, 인간 상황에 대한 현상학적·해석학적 분석을 제공한다.


하이데거적 정신병리학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정서적 경험과 의미는 물질적인 신경학적 경로나 생화학적 과정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세계에 대한 나의 실존과 관계를 구성하는 구조 속에 얽혀 있다. 정신질환을 화학적 불균형이나 뇌질환으로만 보는 것은 의미를 창조하고 이를 해석하려는 노력과 장소적 존재로서 체험하며 고통받는 인격자를 간과하는 행위이다. 나는 밖으로 터 있는 존재로서 이미 고통의 이해 방식이 형성되어 있는 공동의 세계 속 의미의 그물망에 관여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때문에 나의 질병은 나에게 특정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공통 세계야말로 “모든 성숙한 현존재의 삶의 장소이며 … 모든 현존재 해석을 규정하는”(HCT, 246) 장(場)이다. 따라서 나의 경험이 나에게 중요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신경학적·인지적 과정 때문이 아니라, 내가 ‘세계-내-존재’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어지는 장들에서 우울과 불안의 현상학적 이해를 살펴보면, 세계와의 관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붕괴될 수 있는지, 경험과 존재 전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능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누구나 어느 정도는 슬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감을 상실하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무능력해진 사람들, 세계와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에 더 나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 즉 삶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근본적으로 붕괴된 사람들을 마주한다면, 우울증은 단순한 슬픔을 훨씬 넘어서는 현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우울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 앤젤과 같은 비판자들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울증의 현상학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할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정신의학에 비판적인 이들마저도 더 연민과 감수성을 지니고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왜냐하면 현상학적 이해는 우리에게 그들이 보는 세계를 그들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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