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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6373954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1-10-2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가족의 추억 나무
1장 절벽 끝 새끼 고양이들
수국 덤불 속에서
개와 함께한 나날
어떤 기억
2장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장마철 오후
고양이 보러 왔습니다
창고 방의 미스터리
너의 이름은 ‘미미’
우리 집 아롱이다롱이
부모의 마음
풀 죽은 고양이
3장 가을의 이별
온 세상이 고양이
산뜻한 이별
에비스의 고양이
갑작스러운 안녕
사치코의 눈물
4장 새로운 가족
바깥 사람
둘만의 비밀
유혹하는 고양이
개도 고양이도 아닌, 너
중성화 수술
고양이의 언어
우리 집 미소년
5장 작은 창 밖
미미의 탈주
아빠들
달라진 엄마
눈 내리는 날
행복이 있는 곳
6장 함께 있는 것만으로
혼자서 묵묵히
세 번째 장마
네 마리의 시간
그 후 이야기 | 행복은 지금 여기에
옮긴이의 글 | 고양이가 함께 있어주지 않았더라면
리뷰
책속에서
언젠가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보건소로 보내진 개, 고양이는 며칠 동안 데려갈 사람을 기다리다가 아무도 오지 않으면 안락사당한다.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아니면 병에라도 걸렸는지, 뼈만 남은 잡종 개가 컴컴한 우리 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개의 불안한 눈이 떠올랐다.
큰 사회문제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런 내게 갑작스럽게 돌아온 화살에 당황했다.
하필 일에 집중해야 하는 지금,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왜 우리 집인 거야?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보건소에 부탁하는 것은 도저히 못 하겠다. 새끼들을 데리고 어디 다른 데로 가주지 않을래?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단 말이야.
_<1장 절벽 끝 새끼 고양이들> 중에서
장마가 끝났다. 그 여름, 우리 집은 작은 ‘고양이 카페’였다. 이웃, 친척, 고등학교 동창, 편집자와 그 가족, 은사, 엄마의 취미 친구들, 단골 병원 간호사, 소꿉친구, 십 년 만에 만난 친구들, 다도 교실 사람들, 문화센터 친구들……. 새끼 고양이를 보러 사람들이 줄을 이어 찾아왔다.
손님들을 계속 현관 마루에 앉힐 수는 없어, 새끼 고양이 집을 거실로 옮겼다.
한 편집자는 선물로 사 온 장난감을 꺼내더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만, 말을 뱉자마자 고양이 옆에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곧 쉰이 되는 어른이 새끼 고양이를 상대로 진지하다. 이따금 나를 돌아보고, 어렵게 입을 뗀다.
“저, 한 시간만 더 있어도 될까요?”
“그럼요. 편히 계세요.”
“그럼 조금만 더 실례할게요.”
그렇게 저녁까지 고양이와 논다.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겠습니다. 또 찾아뵐게요.”
이렇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간 그 사람은 나중에 동료를 데리고 다시 놀러 왔다.
박스 옆에 엎드려서 “오늘 밤 여기에 이불 깔고 자고 싶네요”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들 온천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이 흐물흐물해진 얼굴로 돌아간다.
_<2장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 중에서
그렇게 걱정스럽던 홀쭉한 아이가 제일 먼저 엄마 품을 떠났다……. 지로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 지로가 곁에 있다면 나나도 든든하겠지. 하지만 어린 둘이 갑자기 엄마, 형제들과 떨어졌으니 틀림없이 얼마 동안은 쓸쓸할 것이다. 빨리 새로운 가족과 친해지면 좋을 텐데……. 바람 부는 녹음 가득한 풍경이 일렁일렁 희미해지고, 건조한 눈이 젖어든다.
미미는 울지 않았다고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내가 지로와 나나를 데리고 간 뒤에도 평소처럼 다로, 구로, 시즈짱을 핥고, 변함없이 젖을 물렸다고 한다.
“이상하네. 한 마리라도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찾았으면서……. 다른 데 입양 갔다는 걸 아나 봐.”
그날 밤, 새로운 가족이 된 가네다 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로와 나나는 고양이 모래에 제대로 볼일을 보고, 식욕도 왕성하다는 이야기에 일단 마음을 놓았다.
그날 밤 늦게 눈이 뜨였다. 계단을 내려가니 컴컴한 현관 앞에 미미가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현관문을 지그시 보고 있다.
_<3장 가을의 이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