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2131821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4-11-2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나에 관한 것
엄마는 사랑할 때 흉을 본다
마음이 흐린 날엔 사주를 보러 간다
중인배들
낙차
배반을 격려하기
아름다움에는 더 많은 것이 속해 있어
냉장고라는 은유
한 뼘의 자리
RIP 내 안의 디오니소스
미리 죽기
딥페이크 사진의 초상
2부 당신에 관한 것
할머니의 에르메스
젖소와 여자들
후회와 살기
눈 내리는 계절에
쓰잘데기 없는 예체능
무너지기 쉬운 사람들
우정
나의 쪼그라든 개구리
번화가로 모여드는 사람들
바람이 분다
죽은 할머니 안심시키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무언가를 미워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 가장 먼저 이 사람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지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 상대방 역시 나처럼 딱히 좋은 것의 집합은 아닌 모양이라고. 그런 습관은 상대가 나를 곤란하게 해도 그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을 내게 길러준다.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할수록 사람을 더 잘 견디게 된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정말로 그렇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호두라는 세상 제일의 개 때문에, 다른 개들은 순식간에 호두보다 못생겨진다. 엄마의 가장 큰 문제는, 엄마가 수많은 개 중 호두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대신, 제발 남의 개 흉 좀 그만 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엄마는 민망해하면서도 여전히, 다른 개는 호두보다 못생겼다고 꿋꿋이 속삭인다. 모든 걸 똑같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 게 자신의 사랑이라는 듯이. 흉보는 일과 사랑은 붙어 있다는 듯이. 거기에서 나는 균등하지 않은 사랑을 발견한다.
이토록 많은 말이 오가는 세상에 말 한마디가 그토록 크게 사람을 흔들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고야 만다. 나를 흔들던 말 또한 나를 이쪽으로 데려왔음을, 내가 무언가를 그 안에서 발견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밤 안도 속에서 깨달은 건 나를 격려해주는 이가 없어도, 심지어 누가 나를 흔들어놓고 수면 아래로 밀어 넣는다 해도,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생겨난 불안과 슬픔과 무력감, 또 그에 따른 오기와 반발심을 동력 삼으며, 나는 내 안에서 끝내 살아남은 무언가를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