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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한국정치사정/정치사 > 노무현정부
· ISBN : 9791185494364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_ '노무현의 진심'을 전합니다
서문_ 인간 노무현의 숨결을 닮은 책이 될 수 있기를
1부. 노무현이라는 사람_ 그가 내게로 왔다
1. 이름과 역사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2. 노무현의 화법(1)-비유의 달인 "사람은 원래 살과 뼈로 이루어진 것 아니었던가?"
3. 노무현의 화법(2)-반어법과 반전 "정말 말실수인가? 언론이 만드는 것인가?"
4. 정치라는 흙탕물 "바보들이 정치하는 건 아닙니다"
5. 답이 있는 정치인 "이건 자네 글이지, 내 글이 아닐세"
6. 행복 유전자 "코 후비다 카메라에 찍히는 일 없도록 조심하세요"
7. 통 큰 디테일 "책임은 대통령인 내가 지겠다"
8. 오류를 줄이는 방법 "걸어가는 도중에 중요한 판단을 요구해서는 안 되네"
9. 취미와 기호(1)-담배와 술 "여기 담배 좀 갖다 주게"
10. 취미와 기호(2)-식성과 재충전의 방식 대화할 때 그는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11. 낮은 사람 대통령이 걸음을 옮겨 내 옆자리에 앉았다
12. 인간에 대한 예의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13. 변화와 금기에 대한 도전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14. 한일 관계와 과거사 문제 뉘우침과 사과 없는 일본에 던진 '돌직구'
15. 말과 글에 대한 열정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2부. 성공과 좌절_ 봄은 땅에서 솟아오른다
16. 2003년 봄 이상과 현실
17. 2003년 가을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
18. 2004년 봄 탄핵 전후
19. 2004년 가을 순방 외교의 현장
20. 2004년 12월 자이툰 부대 방문
21. 2004년 겨울 대통령의 위기
22. 2005년 설 연휴 눈꺼풀 수술과 단축된 휴가
23. 2007년 1월 개헌 제안
24. 2007년 1월 2월 퇴임
3부. 봉하, 454일간의 기록
25. 2008년 2월 귀향
26. 2008년 봄 친구
27. 2008년 봄 여름 시비
28. 2008년 여름 휴가
29. 2008년 가을 겨울 칩거
30. 2009년 겨울 봄 고난
31. 2009년 봄 유폐
32. 2009년 5월 작별
부록. 대통령의 메모 "나의 구상"
리뷰
책속에서
■ 서문 중에서
"체력과 집중력이 허락한다면, 내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나 행사에 자유롭게 배석하도록 하게."
대통령은 관찰자를 가까운 곳에 두고 싶어 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기록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다른 참모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두 번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의 말이나 행동에 관해 사실관계를 놓고 갑론을박할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관찰자가 있다는 것, 그것도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장차 글로 표현할 관찰자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스스로를 절제하고 동여매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입장에서는 한편으로는 특권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된 일상이기도 했다. 하루 세 끼를 대통령의 행사에 배석하여 해결한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욕심을 낸다면 개인 일정은 포기해야 했다. 휴일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날에도 대통령의 생각이나 궁리는 계속되었고, 크고 작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은 퇴임 후로도 이어졌고, 서거하시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남았다. 수백 권에 달하는 휴대용 포켓 수첩, 1백 권에 달하는 업무 수첩, 1,400여 개의 한글파일이 생산되었다.
2009년 5월,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기록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기록을 정리하는 일도 덩달아 중단되었다. 의욕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틈틈이 정리를 계속하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건강도 받쳐 주지 않았다. 방대한 기록을 모두 훑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선 참여정부의 주요 흐름과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정리된 내용들 가운데 우선 2013년 가을부터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을 통해 정치인 노무현의 캐릭터와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성향보다는 인간적인 면, 리더십 스타일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거기에 퇴임 시점부터 서거하기까지 봉하에서의 생활을 담은 기록을 덧붙여 책으로 엮게 되었다. 재임 시절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던 "나의 구상"도 부록으로 붙였다.
일단 큰 숙제 가운데 하나를 해결한 느낌이다. 하나의 마무리이자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앞으로도 그의 흔적을 되살리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관계자, 또 그를 사랑하고 아꼈던 지지자들과 함께 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재구성하여 그를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노무현으로 그려 내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소망이다.
"내가 몇 달간 강연한 내용들 다 읽어 보게. 거기에 다 있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건물을 나섰다. 나는 앞으로 홍보팀장으로서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혔다.
불길한 예감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노무현 고문은 글에 관해 엄격했다. 까다롭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려는 노력이었다.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언어도 있었다. 섣부른 비유와 예화는 가차 없이 쳐 냈다. 자신의 언어가 아니면 아무리 멋들어진 표현이라도 거부했다. 분명한 자기 세계와 자신의 색깔이 있었다.
홍보팀장 일은 쉽지 않았다. 노무현 고문과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공식 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은 캠프의 최대 난제였다. 이병완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 당내 역량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동원되었다. 그들 또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연설문을 보는 후보의 기준이 엄격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밴 습성이 문제였다. 그들은 후보의 연설이 아니라 자신의 연설을 쓰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로부터 괴리가 발생했다. 이 난제를 푸는 해법이 있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에 체득한 것이었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요 연설 계기가 임박하면 대통령에게 '하실 말씀'을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언제나 물음에 대답했다. 거기에 답이 있었다.
(5장 답을 주는 정치인, 44, 46쪽)
"선걸음에는 그런 판단, 하지 않겠다고 했지?"
노무현 대통령이 제1부속실장인 나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네, 그랬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달리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가 반문했다.
"그랬는데, 자네 왜 그러나?"
그는 나를 심하게 꾸짖었다. 만찬을 위해 대통령이 관저 복도를 지나 손님들이 기다리던 대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일어난 일이었다. 간단한 보고와 함께 시급히 결정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함께 걸으면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반문을 했다. 아니, 반문 대신 호된 질책을 했다. 약간 찌푸린 인상을 뒤로 남긴 채 대통령은 만찬장으로 들어섰다. 나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통령이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8장 오류를 줄이는 방법, 6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