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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기록](/img_thumb2/979119349445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한국정치사정/정치사 > 노무현정부
· ISBN : 9791193494455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4-22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_ '노무현의 진심'을 전합니다
서문_ 인간 노무현의 숨결을 닮은 책이 될 수 있기를
1부. 노무현이라는 사람_ 그가 내게로 왔다
1. 이름과 역사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2. 노무현의 화법(1)-비유의 달인 "사람은 원래 살과 뼈로 이루어진 것 아니었던가?"
3. 노무현의 화법(2)-반어법과 반전 "정말 말실수인가? 언론이 만드는 것인가?"
4. 정치라는 흙탕물 "바보들이 정치하는 건 아닙니다"
5. 답이 있는 정치인 "이건 자네 글이지, 내 글이 아닐세"
6. 행복 유전자 "코 후비다 카메라에 찍히는 일 없도록 조심하세요"
7. 통 큰 디테일 "책임은 대통령인 내가 지겠다"
8. 오류를 줄이는 방법 "걸어가는 도중에 중요한 판단을 요구해서는 안 되네"
9. 취미와 기호(1)-담배와 술 "여기 담배 좀 갖다 주게"
10. 취미와 기호(2)-식성과 재충전의 방식 대화할 때 그는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11. 낮은 사람 대통령이 걸음을 옮겨 내 옆자리에 앉았다
12. 인간에 대한 예의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13. 변화와 금기에 대한 도전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14. 한일 관계와 과거사 문제 뉘우침과 사과 없는 일본에 던진 '돌직구'
15. 말과 글에 대한 열정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2부. 성공과 좌절_ 봄은 땅에서 솟아오른다
17. 2003년 가을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
18. 2004년 봄 탄핵 전후
19. 2004년 가을 순방 외교의 현장
20. 2004년 12월 자이툰 부대 방문
21. 2004년 겨울 대통령의 위기
22. 2005년 설 연휴 눈꺼풀 수술과 단축된 휴가
23. 2007년 1월 개헌 제안
24. 2007년 1월 2월 퇴임
3부. 봉하, 454일간의 기록
25. 2008년 2월 귀향
26. 2008년 봄 친구
27. 2008년 봄 여름 시비
28. 2008년 여름 휴가
29. 2008년 가을 겨울 칩거
30. 2009년 겨울 봄 고난
31. 2009년 봄 유폐
32. 2009년 5월 작별
부록. 대통령의 메모 "나의 구상"
책속에서
“내가 몇 달간 강연한 내용들 다 읽어 보게. 거기에 다 있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건물을 나섰다. 나는 앞으로 홍보팀장으로서 헤쳐 나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혔다.
불길한 예감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노무현 고문은 글에 관해 엄격했다. 까다롭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려는 노력이었다.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언어도 있었다. 섣부른 비유와 예화는 가차 없이 쳐 냈다. 자신의 언어가 아니면 아무리 멋들어진 표현이라도 거부했다. 분명한 자기 세계와 자신의 색깔이 있었다.
홍보팀장 일은 쉽지 않았다. 노무현 고문과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 공식 연설문을 작성하는 일은 캠프의 최대 난제였다. 이병완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 당내 역량 있는 사람들이 많이 동원되었다. 그들 또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연설문을 보는 후보의 기준이 엄격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밴 습성이 문제였다. 그들은 후보의 연설이 아니라 자신의 연설을 쓰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로부터 괴리가 발생했다. 이 난제를 푸는 해법이 있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에 체득한 것이었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요 연설 계기가 임박하면 대통령에게 ‘하실 말씀’을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언제나 물음에 대답했다. 거기에 답이 있었다.
(5장 답을 주는 정치인)
“선걸음에는 그런 판단, 하지 않겠다고 했지?”
노무현 대통령이 제1부속실장인 나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네, 그랬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달리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가 반문했다.
“그랬는데, 자네 왜 그러나?”
그는 나를 심하게 꾸짖었다. 만찬을 위해 대통령이 관저 복도를 지나 손님들이 기다리던 대식당으로 이동하던 중 일어난 일이었다. 간단한 보고와 함께 시급히 결정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함께 걸으면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반문을 했다. 아니, 반문 대신 호된 질책을 했다. 약간 찌푸린 인상을 뒤로 남긴 채 대통령은 만찬장으로 들어섰다. 나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통령이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8장 오류를 줄이는 방법)
‘독대 금지’는 판단의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가장 대표적인 노력이었다. 독대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록을 위해서도, 오류 방지를 위해서도 그는 할 수 있는 한 독대의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독대할 경우, 참모나 장관의 일방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위험이 컸다. 부득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그는 다음 기회로 판단을 미루었다. 소수의 참모들만 있는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경우에는, 더 많은 참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번 더 확인과 검증을 거치곤 했다. 독대를 피하면 대통령의 오류도 최소화되지만, 보고자에 의해 대통령의 의중이 왜곡되어 전달되는 일도 최소화 되기 마련이었다.
수석・보좌관실을 대신하여 간단한 사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경우, 부속실은 관련 사항들을 철저하게 챙겨야 했다. 대통령의 반응 때문이었다. 한마디를 듣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그는 반드시 되물었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사소한 문제라도 두세 가지 반문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려고 했다. 결국 부속실도 꼼꼼하게 내용을 파악해야 했다. 두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열가지 이상의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했다. 그것이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이었다. 또 참모들에게 일을 시키는 방식이기도 했다.
(8장 오류를 줄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