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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에세이/시
· ISBN : 9791186367339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6-07-25
책 소개
목차
1부 담배 도둑_나·가족
신기한 존재들 / 사춘기 / 닮고 싶다 / 엄마가 뿔났다 / 동생과의 일상 / 자음으로 행시 짓기 / 담배 도둑 / 말동무 / 아버지의 무게 / 미래의 나의 아들에게 / 아침밥 / 아들, 너는 죽었다 / 밤 10시의 길 / 16살, 16년 동안의 삶 / 똑똑똑 / 나의 증조할머니 / 아빠와 보름달 배 / 40대 아버지의 기타 도전 / 기다림 / 살모사 기르기
2부 소파의 틈_일상·사물
섬물 / 시 쓰기 어렵네 / 잠깐 작별 / 벚꽃 / 풍선 / 내 마음은 실내화 / 날개 / 라벤더에게 / 골목길 / 그네에서 / 시조 짓기
소파의 틈 / 운수 나쁜 날 / 재래시장의 추억 / 포근한 한 그릇 / 버려진 두부와 내 엄지발톱 / 솥구멍, 그 자체로 / 인생 게임
3부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_학교·친구
문 열기 / 생각 / 우리들은 달팽이다 / 등굣길 /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 좋아한다 / 정리 해고 part 1 / 정리 해고 part 2 / 헝그리 정신 / 화해하고 싶으니까 / 달빛이 유난히 밝았던 우리들의 밤 / 이행시 짓기 _‘시험’ / 한숨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스루 양말 / 메리야스 입는 날♪ / 한국에 돌아와서 / 친구들에게 / 그림으로 보는 우리 반 사건, 사고 / 심우장 나들이 / 고3으로 살아가기
4부 잡종 똥개_사회
개화 / 촛불 / 70주년 / 여대 나온 여자 / 내 인생의 ‘색칠’ / 잡종 똥개 / 지지 않는 꽃 / 우아하게 포장된 폭력을 말하다 / 따뜻한 자본주의, 빈곤의 사슬을 끊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세계를 구하라 / 기울어진 봄, 우리가 본 것들
책속에서
1 담배 도둑 _ 나·가족
어릴 적 문방구에서 사탕 한 번 훔쳐 본 적 없던 내가
담배 도둑이 된 이유는, 어쩌면
아빠의 슬픔을 훔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 제주 남녕고 홍하림, 「담배 도둑」 중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하면 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나올지, 엄마의 마음을 열고 싶은데 어떻게 열어야 할지. 아침까지 성질부리고 화내며 엄마 마음에 못 박은 게 너무 미안했다. 겨우겨우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내가 지금 엄마 마음의 문을 열어 조심스레 못을 뽑고 못 뽑은 자국을 지워줄 수 있을까?’
아니, 꼭 해야만 한다. 휴대폰을 꺼내 울고 있을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다.
‘똑똑똑’
- 서울 인수중 최하늘, 「똑똑똑」 중
2 소파의 틈 _ 일상·사물
내 유년기의 상징은
굳센 의지를 갖고 있다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이겨 내야 하는 일들
힘들다고 아프다고
거부하는 나는
내 ‘겨털’이라도
본받아야겠다
- 전북 정읍고 서민경,「날개」 중
예전에 잃어버린 사소한 추억이나 미련 나부랭이들이 뒤덮인 것들을 어둡고 깊은 틈 사이에서 토해 내는 소파를 보면 나는 많은 생각이 든다. 이 틈 사이에 어떤 수상한 나라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소파 밖의 사람들 물건을 아무도 모르게 슬쩍 가져가서 주인이 체념하고 잊어버릴 때까지 쓰다 내버리는, 옷장 속에서 살그머니 나와서 어둠을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을 놀라게 하는 괴물들이 나오는, ‘몬스터 주식회사’ 같은 그런 곳 말이다.
- 충남 홍성여중 장현민,「소파의 틈」 중
3 시스루 양말과 메리야스 _ 학교·친구
쉬는 시간 그 아이는 내 짝사랑을 불러내고
내 이름을 말하네. 계속, 계속, 계속
나의 이름을 알게 된 그는 나를 찾아다니고
나는 피해 다니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단 한 가지의 비밀
그 비밀의 당사자에게 들켜 버린
비밀
- 경기 평택 장당중 장정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중
선생님께서 반 여자애들 모두에게 함께 신을 수 있는 양말을 선물로 주신 건 처음이었다.
다른 반은 범접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끈끈함이 생긴 것 같았다.
- 경기 김포외국어고 최은영,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스루 양말」 중
아이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공손하게 두 손으로 순백색의 메리야스를 받았다. 정말 하얗다는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때가 탈 듯한 색이었다. 어느덧 내 차례가 다가왔고,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상장을 받듯이 메리야스를 받았다. 재질이 신기했다. 내가 어릴 때 꺼려하던 그런 재질이 아니었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신기한 재질이었다. 안경점에 가서 새 안경을 사고 받는 부드러운 안경 닦이 같은 느낌이었다.
- 경기 김포외국어고 최태연, 「메리야스 입는 날♪」 중
4 잡종 똥개 _ 사회
무심코 TV를 보다 마주친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 맺힌 눈물
눈물 속에 아픔이 훤히 보이는데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
굳이 할머니들의 증언이 필요할까
이런 매정한 세상
- 경기 의정부 민락중 하승연, 「70주년」 중
선생님은 수잔이 오늘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반 아이들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괴롭히던 대상이 사라져서인지 미안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그날 하루 종일 우리 반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눈에 보인 잡종 똥개의 빈 자리에, 한참 그 앞에 서 있었다.
- 경기 화성 봉담고 임현아, 「잡종 똥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