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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다

용서하다

자크 데리다 (지은이), 배지선 (옮긴이)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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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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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용서하다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86921678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9-03-01

책 소개

생전에 데리다가 ‘용서’라는 주제로 진행했던 세미나를 책으로 엮어 냈다. 데리다는 이 세미나에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용서’라는 아포리아에서 출발해 ‘용서’라는 행위가 내포한 다른 여러 아포리아를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저자소개

자크 데리다 (지은이)    정보 더보기
알제리 태생의 유대계 프랑스 철학자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장 이폴리트의 지도 아래 「후설 철학에서 발생의 문제」를 썼다. 소르본대학교와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했고, 예일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등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후설의 『기하학의 기원』을 번역하고 해제를 써서 장 카바예스 상을 수상했으며, 1967년 『목소리와 현상』, 『그라마톨로지』, 『글쓰기와 차이』를 출간하여 현대철학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해체 개념을 중심으로 서구 형이상학과 로고스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전개했으며, 후기에는 『마르크스의 유령들』, 『법의 힘』, 『환대에 대하여』 등을 출간하여 정치와 윤리의 문제를 새롭게 사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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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선 (옮긴이)    정보 더보기
2004년부터 고양이들과 공동의 삶을 꾸리고 있다. 젠더학 박사로 성차, 증언, 글쓰기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썼다. 《깃털,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동물주의 선언》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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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여러 아포리아 중 하나만 예를 들어봅시다. 충분히 줄 수 없게, 충분히 환대할 수 없게, 제가 주는 현재와 제가 베푸는 이 대접에 제가 충분히 현존할 수 없게 하는 아포리아 때문에, 저는 주지 않아서, 결코 충분히 주지 않아서, 충분히 베풀거나 대접하지 않아서 항상 용서받을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저는 이것을 확신합니다. 기증에 관한 한 우리는 무언가 늘 잘못했고, 늘 용서받을 일이 있습니다. 주지 않아서, 충분히 주지 않아서 용서받을 일이 있다면, 우리는 또한 이 일로 자신이 유죄라고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우리는 뭔가를 줘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준 것 때문에 구하는 용서,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내가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상대에게 호소하는 일, 다시 말해 일종의 독, 무기, 주권의 확인, 더 나아가 강력한 힘의 실력 행사 같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아포리아는 더 심각해집니다.


유일한 잘못이나 범죄에 그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타인에게 사죄하거나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바로 여기에 우리를 쉴 틈 없이 둘러쌀 수많은 아포리아 중 첫 번째 아포리아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바로잡아 회복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는 악행을 저지른 자와 그 악행의 피해자가 된 여성이나 남성이 중재 없이 ‘일대일’로 대면한다는 조건에서만 용서를 빌거나 용서해줄 수 있고, 피해 당사자만이 용서의 요청을 들어주거나 거절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용서의 장에서 오로지 두 당사자만이 마주해야 한다는 여건은 이름 없는 피해자 전체, 때로는 이미 죽은 익명의 피해자들이나 그들의 대표, 자손 혹은 생존자들에게 어떤 공동체, 교회, 기관, 조합의 이름으로 집단적으로 구하는 용서의 의미와 진정성을 박탈하는 듯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용서의 두 당사자 간 절대적 고립성, 더 나아가 거의 용서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법적 권리, 징벌과 형벌, 공공기관, 사법적 전략의 지배에서 용서의 경험을 기이한 경험으로 만듭니다.


용서! 그런데 그들이 우리에게 용서를 빈 적이 있던가? 단지, 죄인의 낙담과 비탄만이 용서에 의미와 존재 이유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죄지은 자가 우적우적 잘 먹고, 잘 살고, ‘경제적 기적’으로 부유해진다면 용서는 한낱 불길한 농담일 뿐이다. 아니다, 용서는 돼지들과 그 돼지들의 암컷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용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었다. 만약 피고가 우리에게 동정심을 일으킨다면… 엄밀한 의미의 분별력이 납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그 동정심이 발생되는 그 순간부터 그것을 억누를 것이다.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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