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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7749042
· 쪽수 : 302쪽
· 출판일 : 2016-12-05
책 소개
목차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리뷰
책속에서
목숨을 판다는 당신의 광고를 봤을 때부터, 그 어쩌고 꽃무지 하는 약을 시험해 보려면 이 사람이 안성맞춤이라고 확신했어요. 그러니까 당신, 40만 엔에 내게 목숨 팔 생각 없어요? 10만 엔은 소개비로 내가 갖고, 남은 40만 엔을 당신이 죽기 전에 내가 책임지고 당신의 가족이든 친척에게 보내 줄게요.” “난 가족도 친척도 없는데요.” “그럼 목숨 팔아 번 돈은 어떻게 해요” “당신이 그 돈으로 처치 곤란한 큰 동물, 예를 들어 악어나 고릴라 같은 걸 사세요. 그리고 결혼을 포기하고 평생 악어와 고릴라와 함께 사는 겁니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신랑감은 그런 동물밖에 없을 것 같으니 말이죠. 핸드백 가죽용으로 팔아넘기는 짓은 절대 안 됩니다. 매일 먹이를 주고, 운동도 시키고, 성심성의껏 사육해야 하죠. 그리고 그 악어를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해 주면 됩니다.” “당신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죠.”
전철표를 사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런데 또 이상한 감각이 머리에 되살아났다. 살풍경한 콘크리트 계단이 한없이 이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하니오는 열심히 그 계단을 오른다. 아무리 올라도 플랫폼에 도착하지 않는다. 오르면 오를수록 계단 수가 점점 많아진다. 저 위에는 분명히 기적 소리가 울리고, 전철이 오가고,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기척이 있는데, 자신이 오르고 있는 계단과 그 장면이 도무지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미 죽은 인간이다. 도덕심과 감정,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죽은 여자의 사랑이라는 무거운 짐이 머리에 들러붙어 있다. 그에게 타인은 바퀴벌레와 똑같은 존재인데!
자신은 언제나 이렇게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린다. 그것은 ‘산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도쿄 애드에 다니던 시절, 모던하고 밝은 오피스에서 다들 유행하는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으로 손을 더럽히지 않는 일만 하던 나날이 훨씬 더 죽음에 가깝지 않았을까. 지금 죽기로 작정한 인간이, 죽음 자체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미래에 어떤 기대를 품고 브랜디를 홀짝이는 모습 역시 모순에 차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