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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외교정책/외교학
· ISBN : 9791187890263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1-04-30
책 소개
목차
서문│한국어판 서문
해제│서구 정치사상에 대한 페미니즘적 재구성 _정희진
1장 서론: 정치, 남성됨 그리고 정치 이론
고대 그리스: 아렌트와 아리스토텔레스
2장 아렌트: 정치의 취향성
3장 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을 위한 지고의 선
4장 그리스의 육체: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리고 초인적인
르네상스 이탈리아: 마키아벨리
5장 마키아벨리: 남자에서 남성됨으로
6장 마키아벨리: 남성됨과 정치 세계
근대성: 베버
7장 베버: 정치의 본성과 목적
8장 베버: 정치적 합리성과 정치제도
남성적 정치학, 그 이후를 향하여
9장 무엇을 극복할 것인가: 지배의 정치
10장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남성적 정치학을 넘어서
옮긴이의 말│주석│참고 문헌│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제2의 물결’ 페미니즘 연구자들은 20여 년 전 첫발을 내디딘 이래로 기나긴 여행을 해 왔는데, 이 여정에는 주목할 만한 두 번의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전통적 학문에서 여성을 지우거나 터무니없게 묘사하던 것들을 기록하고 보여 주는 데서 그 삭제와 묘사를 바로잡는 기반 공사 작업으로 이동한 것이다. 페미니즘 연구자들은 이미 승인된 역사 가운데서 여성 혐오와 근거 없는 믿음을 공들여 찾아내는 한편 우리 자신의 역사와 문헌을 복원해 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성’은 여성들이 되었다. 다시 말해 ‘영구 불멸의 여성성’이라는 상상이 아니라, 그 상상에다가 근대·백인·중간계급 등과 같은 속성을 결합시켜 변주한 형태가 아니라, 저마다 특정 인종·계급·시대·문화에 걸맞게 구성된 복수의 창조물이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자신을 복원하는 것에서 그 회복된 관점으로 세계를 비판적으로 따져 보는 것으로의 전환, 즉 기존 담론·규율·제도·실천의 젠더화된 특질에 대한 비평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이는 주변부 여성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그 경험을 만들어 낸 세계에 대한 분석으로 나아가는,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파고들어 가는 이동이었다. 이 덕분에 페미니즘 연구는 이익집단을 변호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가장 심오하고 충만한 시민을 상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는 영장류 동물학에서 관료제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에서 재현에 이르기까지, 성과학에서 도덕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의 틈새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론과 인식론에 대해 이야기할 무언가를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우리를 다시 게토로 보내 버리고 싶어 하지만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는 인간의 그 어떤 활동보다 특히 남성적 정체성에 기반해 있다. 인간의 노력이 미치는 그 어떤 곳보다 배타적인 남성만의 영역이었고, 다른 사회적 관행보다 훨씬 강렬하게 남성적 자의식을 품고 있었다. 양상은 다양하지만, 정치의 이론과 실천은 모두 끊임없이 이어지는 남성됨이라는 관념 및 그 실천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 이러한 점은 ‘전사단’에서 비롯한 정치의 기원, 정치적 삶을 통한 남성됨의 실현을 이야기한 고대의 믿음, 정치 영웅과 지도자 들의 ‘남자다움’에 대한 근대의 선언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남성됨의 형성과 정치의 형성이 역사적으로 맺는 관계는 정치 기반, 정치 질서, 시민권, 행동, 합리성, 자유, 정의 같은 개념의 형성을 거치면서 등장했으며, 이를 통해 그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정치로 상정되는 것, 정치에서 배제되는 것, 정치에 치명적이거나 위협적이거나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것 들도 이 관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이 발가벗겨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최종적으로는 형태의 변화까지 밀어붙이고 싶은 것은 고전 정치 이론에 새겨져 있는 남성됨과 정치의 바로 이런 관계다.
나는 이 책에서 과거의 정치 이론가 및 이론을 닮은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 내 관심은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를 단순히 해석하기보다는 남성됨과 정치의 관계와 관련해 우리가 어디에 존재해 왔으며 지금은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구성하는 데 있다. 사실 그 관계가 지금 균열하기 시작했기에, 이 탐사 작업에 예민하게 개입할 수 있었다. 남성됨과 그것의 전통적인 정식화가 주술처럼 만들어 낸 모든 것이 지난 20년 동안 화염에 휩싸였다. 그 헤게모니가 파괴되진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껍질이 벗겨지는 중이다. 그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남성됨과 정치의 역사적 정체성 또는 동반 관계를 탐색하기에 알맞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균열 지점에 서서, 지금껏 총체였으며 존재를 가능케 했던 현상의 내부를 조망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