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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img_thumb2/9791190955805.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955805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3-01-2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 그때는 어렸지만
2장 × 다시 만나다
3장 × 만남의 나날들
4장 × 헤어지지 않기
5장 × 같이 살아가기
6장 × 바람 불던 날
7장 × 바깥으로 나가다
8장 × 바깥에서 머물다
9장 × 같이 여물다
나가며
글을 마치며
책속에서
그런데 그 애는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선 맡아둔 일등이고, 학력고사는 부산에서 수석을 할지 모른다는 소
문이 들렸다. 얼굴을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성적이 너무 차이가 나니까 괜히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했다. 같이 종이접기를 하던 친구들에게 의논했더니 한결같이 어이없다며 격려의 잔소리를 해줬다. 첫사랑을 만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인데 네가 지금 자존심 따위를 내세울 때냐고 말이다.
알았어, 용기를 내서 만나볼게.
_ 1장∥여학생
이제 둘이 남아서 서로 바라보고 앉았다. 순식간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
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천년의 고독을 끝내고 내뱉은 첫 언어가 정작 고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입 속에 묻혀버린 듯했다. 여전히 환하게 예쁜 그녀의 얼굴만 또렷했다. 그 순간 나는 음악다방의 이름마저 운명적이라 생각했다. 〈합창〉 심포니, 그 절정은 〈환희의 송가〉.
“신성한 그대의 힘은 가혹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다시 결합시키고 (…)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받은
자여,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나는 환희를 얻었고, 기억을 잃었다. 드디어 그녀를 본 것이다.
_ 1장∥남자
연극을 보러 갔던 것이 우리의 첫 데이트였다. 그 당시 최고의 하이틴 스타 최재성이 주연한 <에쿠우스>
였는데 그가 표를 예매했다고 했다. 짧은 머리에 아이보리와 밤색이 혼합된 트위드 원단의 자켓을 말쑥하게 입었다. 한 손에 책을 든 그와 공연장 맨 뒤에서 입석으로 관람을 했다. 지금도 나는 연극을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도 방점은 첫 데이트에 있었다. 연극의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마음은 두근두근 온통 그 애라는 콩밭에 있는데 제아무리 유명한 하이틴 스타가 무슨 소용이랴.
_ 2장∥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