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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248463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1-12-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콜라보 합시다!
신은 왜 금은보화를 좋아할까요
어쩌면 AI를 만드는 건 신이 되고 싶은 것일 테죠
자전거만 타면 노래를 부르는 AI
사람들은 매일매일 누군가를 떠올리며 살더군요
기억할 수 없는 말들이 기록되는 시대를 살며
우리 인간은 올바른 언어를 구사하지 못합니다
신이라면 지옥을 만들 리 없지요
우리의 의식과 사고가 모두 신의 언어라면
그 이야기를 그만할 수 없습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그리는 사람
제 장래 희망은 ‘구경꾼’입니다
인간의 삶이야말로 가장 큰 이야기다
노인이 되어서도 글을 쓰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3대 스트레스는 첫 번째가 돈, 두 번째가 병, 세 번째가 마감이에요
훔치는 건 자유로운 행동에 포함될까요
여차하면 다들 도망가
저는 준이치와 함께 집에서 죽기로 했습니다
고양이와 다름없이 날마다 먹고 자고, 다시 잠드는 평화로운 생활이 가능할까요
태어났을 때부터 죽음으로 변제할 때까지 빚을 지고 사는 인생이라니요
‘믿는다’는 건 아마도 인간에게만 있는 감정 아닐까요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모아도 그 돈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사실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돈을 벌면 하고 싶은 일을 하자
저는 제 친구들이 안전한 세상을 바랍니다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마음 한구석에 아직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리뷰
책속에서
이랑 씨는 신이 되고 싶다고 했죠. 만화가인 저는 작품에서만큼은 신 같은 존재입니다. 이야기뿐 아니라 주인공과 다른 캐릭터도 다양하게 만들면서 마음껏 조종할 수 있지요. 왜 보노보노를 30년 넘게 계속하냐면, 그만둘 수가 없어서예요. 보노보노 그리기를 멈추는 순간, 보노보노와 다른 캐릭터들이 죽게 되니 불쌍해서 그만두질 못하겠더라고요. 출판사가 연재를 중단한다고 하면 온라인에서라도 묵묵히 그려나갈 것 같아요.
이랑 씨와 저의 공통점은 신이 있다고 믿는 점 같네요.
부조금을 받는 자리에 앉아 조문객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부조금 봉투를 건네주는 사람들 면면이 다 달랐거든요. 그들이 책상에 앉아 일하는 저를 대신해 크게 울고 크게 웃어주는 것 같아 저는 긴 시간 울지 않고 앉아 있어도 괜찮았습니다. 그의 가족이 아무리 평범한 교회 스타일 장례식을 차려놓았어도 찾아온 사람들이 입고 온 티셔츠에는 친구와 함께 퀴어 퍼레이드에서 외치던 문구가 쓰여 있었고, 가방에는 무지개 배지와 천사 날개를 단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날뛰고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조문객들이 옷, 헤어스타일, 가방, 신고 온 신발로 각자의 색깔을 뽐내고 있었기에 장례식장이 마냥 검지만은 않았습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석’이라는 이름의 아빠와 ‘김경형’이라는 이름의 엄마에게도 내 나이를 거친, 내가 모르는 여러 삶의 시간들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돼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을 제가 알지도 듣지도 못했고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그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들을 한 인간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안타까움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 영화를 본 후부터 엄마, 아빠를 조금씩 김경형과 이석이라는 개별적인 사람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핸드폰 연락처에 ‘엄마, 아빠’로 저장해놓았던 이름을 두 사람 각각의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이 저지른 실수나 폭력, 제게 남은 트라우마를 다 극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다른 한 사람이라는 인식은 간신히 생겼습니다. (중략)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의 힘’을 느낀 뒤로 싫어하는 것들과 내가 피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좋아하는 것만 찾아다니던 성격이 점점 바뀌고, ‘더 많은 곳에 가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