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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학이론
· ISBN : 9791191742008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옮긴이 해설_페미니즘을 초월한 페미니스트
개정판 서문_오해의 시대
초판 서문_감금당한 여성
제1장_나의 삶
제2장_선택 협회
제3장_보비니 재판
제4장_형법 제317조
제5장_낙태와 성
제6장_그르노블 사건
제7장_알리바이
제8장_투쟁의 동력
주
부록
리뷰
책속에서
우리 세대에게 여성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온갖 차별을 당할 인류의 절반이 된다는 의미였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말이다. 여성이 된다는 것은 열등감과 무책임이 주어진다는 뜻이었다. 교육, 노동, 정치는 물론 섹스, 결혼, 언어에서도 여성에게는 낮은 지위가 부여됐다. 여성은 종속과 불평등의 관계로 남성과 연결됐고 사회와도 연결됐다. 이 본래의 차별에 인종, 피부색, 계급 차별이 덧붙여졌다(물론 이 차별은 남성에게도 있다).
그런데 일부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이 사실을 인식했다. 여성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다 보면 불의, 불공평, 불합리 등 직장과 가정에서 당한 모욕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여성 A가 수치스러워 마음속 깊이 묻어둬야만 했던 일을, 여성으로서 정체성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느낀 일을 그저 그녀의 ‘사생활’이라고 불렀다. 여성 B도 같은 길을 걸었다. 여성 C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여성이 동일한 상황을 겼었다. 이렇게 가정, 사무실, 공장에서 똑같이 이상한 시나리오가 똑같이 이상한 규칙에 따라 똑같이 전개됐다. 하지만 그들은, 남성들은 너무나 달랐다.
--- 「개정판 서문: 오해의 시대」 중에서
역설적이게도 모든 억압은 그것에 희생당하는 이들의 암묵적 동의를 수반한다. 한편으로는 억압에 대해 희생자들이 불안감을 덜 느끼려고 해서일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참고 견디면서 스스로 격려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여성을 가둬놓고자 종교, 철학, 문학, 대중매체가 동원됐다. 유대-그리스도교 문화의 금기는 우리 여성을 성적으로 감금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이 성적 감금이야말로 여성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 가장 두려운 방식이었다.
일찍이 여성의 성기는 함정으로 묘사됐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악마의 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남성의 욕망을 가차 없이 이 함정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여성의 성기는 일차원적이다. 종을 번식시키는 것 말고는 존재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여성의 욕망은? 여성의 쾌락은? 여성의 욕망과 쾌락은 교계제도와 《성서》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종국에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여성의 사랑은 생식 기능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았다. 여성이 자신의 몸 그리고 다른 몸에 행복하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쾌락과 성적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정하기 위해서였다.
--- 「초판 서문: 감금당한 여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