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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1775129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5-07-14
책 소개
목차
추천 서문
프롤로그
겨울 새벽
정원사의 일
두더지들 1
길 위의 신사
흙과 집
땅으로 녹아든 밤
걷는 사람
두더지들 2
들판 위에서
무채색 냄새
닳아버린 것
패배 없이 피하기
망가진 것들
사냥꾼의 육감
은신법
살생의 의미
두더지 언덕
마지막 사냥
또 다른 삶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젊은 시절, 사람들은 내가 채식주의자인 것을 조롱하며 나를 허약하고 나약하며 비위가 약한 놈으로 부르곤 했다. 내 남동생들은 저녁 식사 접시에 담긴 고기를 흔들어대며 “맛있느은, 고기다!” 하고 말하곤 했다. 나는 동생들을 사체 탐식가라고 불렀고, 나는 좀비가 아니며 시체의 고기 조각 따위는 먹지 않는 편을 택하겠노라 말했다.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고기를 치우려다 뺨을 맞기도 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는, 그 뒤에 그것을 합리화한다. - ‘정원사의 일’ 중에서
이처럼 고요한 순간에는 완전함의 감각이 느껴진다. 그 순간을 온전하고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들판을 내려다보며 내 일을 시작한다. 나는 조용히 내면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침묵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며 완벽함에 난 어떤 금이나 흠을 채워주는 듯하다. 그저 존재한다는 이 느낌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당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더는 물을 필요가 없어진다. - ‘길 위의 신사’ 중에서
밤이 되어 휴식을 취할 때면, 나는 마치 내가 땅과 밤으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들 속으로 녹아들었다. 나는 자연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과 ‘교감’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이었다. 매일매일, 하루 종일, 날마다 내 안의 진정한 자연에 최대한 가까워졌다. 그리고 매일 아침 새벽마다 나의 침대를 떠나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곳을, 다시는 소유하지 못하고 똑같이 경험해 보지 못할 그것, 그 침대, 그 풍경을, 어쩌면 아주 짧게나마 뒤돌아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들은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의 집이다. - ‘땅으로 녹아든 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