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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2092256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독자에게
1장 선택의 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았을 뿐 / 선택의 짐 / 선택을 회피하는 첫 번째 방식 / 선택을 회피하는 두 번째 방식 / 상황에 대한 감각 / 프란체스카와 보바리의 차이 / 셰익스피어와 데카르트가 던진 질문 /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
2장 우리 시대의 허무주의
탄광의 카나리아 / 월러스와 길버트가 글을 쓴 이유 / 가장 지루한 것들에 매달리기 / 권태 대처법 / “오늘은 오늘 일만” / 생각의 통제 /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비결? / 아무도 완수할 수 없는 과제 / 너무나 자유롭기에 오히려 불행한 / 태양을 삼키라는 요구
3장 신들로 가득한 세상 - 호메로스의 세계
호메로스가 헬레네를 숭배한 까닭 / 포르투나 / 행운인가 보살핌인가 / 현대판 오디세우스 / 감사, 실존의 느낌 / 희생의례의 두 가지 기능 / 잠은 성스럽다 / 카리스마 / ‘입스’의 늪 / 그들이 만신전을 세운 이유 / “경이가 우리를 사로잡는군요”
4장 유일신의 등장 - 아이스킬로스에서 아우구스티누스까지
역사를 읽는 몇 가지 시각 / 오레스테이아 3부작 / 복수의 여신들 / 애국주의 - 일신주의의 또 다른 얼굴 / 예술작품의 초점조절 기능 / 해설자와 재설정자 / 예수, 최초의 재설정자 / 바울, 예수의 해설자 /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민
5장 자율성의 매력과 위험 - 단테에서 칸트까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 단테의 두 스승 / 지옥의 요새 / 단테식 자유의지 /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에서 신에 대한 사랑으로 / 중세식 허무주의 / 살로 만들어진 말씀 / 의미의 할당자 / 칸트와 자율적 주체 개념
6장 광신주의와 다신주의 사이 - 멜빌의 ‘악마적 예술’
사악한 책 / 악마적인, 그러나 순진무구한 / 물보라 여인숙의 그림 / 이슈메일의 변덕 / 식인종 퀴케그 / 가면의 뒤 / 에이해브의 일신주의 / 고래에게 얼굴이 없는 이유 / 사랑의 공동체적 경험 / 흰색의 공포 / 신의 베틀 소리 / 광기의 두 가지 유형 / 우주는 우리에게 무관심하다 / 구원의 실마리 / 비밀스런 모토
7장 우리 시대의 가치 있는 삶
루 게릭 / 경기장에 강림한 신성 / 퓌시스의 반짝임 / 야누스의 얼굴 / 스킬라와 카리브리스 사이 / 장인의 포이에시스 / 테크놀로지, 현대 세계의 공식 / 메타 포이에시스, 적시에 성스러움을 얻는 기술 / 우리 시대의 성스러움
에필로그: 빛나는 모든 것들
주
옮긴이 해설: 허무주의 시대에 삶의 의미 찾기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가 현대의 삶이 이룩한 위대한 진보의 표식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이런 견해에는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다. 비참한 가난 속에 살았던 과거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을지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 세계의 특징은 우리들 대다수에게 그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이런 종류의 실존적 선택에 직면했을 때, 저것 아닌 ‘이것’을 선택하게끔 해주는 참다운 동기가 없다는 점에 있다.
19세기 이래로 서양의 역사는 어쨌건 진보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계몽주의 시대와 이후 시대야말로 이런 발전의 정점에 이른 시대라고 배워왔다. 자유의 자기충족성, 이성의 투명성, 남김없이 설명되고 통제되는 세계의 안정성, 이 모든 것이 역사의 진보를 가리킨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 이야기 반대편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존재한다. 즉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탈마법화된 상태야말로 끝없는 쇠퇴와 상실의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다. 자유의 대가로 안게 된 홀로서기의 짐, 이성의 거침없는 행진이 닦아놓은 무미건조하고도 무자비한 길, 남김없이 설명되고 통제되는 세계의 생기 없는 얼굴,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퇴보를 가리킨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그 어떤 이야기도 옳지 않다면? 즉 경이와 매혹이 저 멀리로 사라졌다는 생각이 현대 세계를 오해한 결과라면?
우주의 궁극적 스토리는 우주가 우리에게 무관심하다는 데 있지 않다. 비록 에이해브가 만난 모비 딕처럼 우리에게 무관심한 신도 있지만 말이다. 어린 선원 핍이 외롭게 버려진 미아처럼 바다에 조난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떠올렸던 생각, 즉 세상은 “신처럼 냉담하다”는 생각을 상기해보자. 하지만 그런 신과 달리 세상에는 또 다른 신들, 즉 즐겁고 성스러운 신들과 사악하고 복수심에 차 있는 신들도 있다. 우주가 그 신들 가운데 궁극적으로 어떤 신이냐고 묻는다면, 어느 하나의 신도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신들의 만신전(萬神殿)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