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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33320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2-08-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세상의 모든 불빛
1부
공부를 많이 해서
당근마켓에서 40만 원 주고 2006년식 스쿠터 산 이야기
20만 원 벌기
쪽방촌
배달 준비
배달 계급
인세 들어온 날
배달하는 마음
2부
레모네이드
동수야
호두과자
눈치게임
한여름의 마라톤
피자집인데 육회집입니다
한 번에 한 집만
만나서 현금 결제
모태 비흡연자도 담배 피우고 싶은 날
3부
우리 집 치킨이 맛있대요
조심히, 안전하게 와 주세요
위대한 밥상
차단기
폭우
금융치료를 조심합시다
따뜻한 비
치킨런
4부
딸배를 위한 변명
이렇게 멀어지나 봐
순수익 늘어나는 세상
소주 한잔하자
안양 사고 현장을 지나며
엄마의 첫 해외여행
아버지와 부대찌개
포기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행복한 배달 라이더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간강사를 속칭 ‘보따리장수’라고 부르는 것은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강의 시수대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는 세 학교에서 수업 다섯 개를 맡았는데, 시간당 강의료는 3만 5천 원에 불과하다. 몇 군데 신문과 잡지에 글도 연재하고 있지만 강의료와 원고료를 다 합해도 월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
구직 사이트를 한참 뒤져보다가 문득 요즘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가 ‘핫’하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그래, 이거야! 그날 바로 당근마켓에서 2006년식 낡은 스쿠터를 40만 원 주고 샀다. 구청에 가 번호판 달고, 보험 가입하고, 안전 교육도 받았다. 그렇게 배달 라이더 부업을 시작하게 됐다.
- (「공부를 많이 해서」)
며칠 뒤, 인근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 김밥과 떡만둣국이었던가.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고 나온 중년의 여자는 다짜고짜 음식이 늦게 왔다며 다시 가져오라고 화를 냈다. 김밥 포장이 엉망이라며, 떡만둣국이 불어 터졌다며,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한 음절 한 음절 “이.런.걸.누.구.더.러.먹.으.라.는.거.야.” 내 가슴에 쾅쾅 못을 박았다. 음식을 도로 철가방에 집어넣고 계단을 내려왔다. 다시 음식을 갖다주고는 가게 구석에서 다 식은 김밥과 떡만둣국을 먹었다.
- (「쪽방촌」)
비록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스쿠터를 타고 바람 속을 달리면 기분이 좋다. 작년 한 해 동안 본 가장 아름다운 저녁놀도 배달 길에 본 것이었다. 살면서 그런 빛깔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방 안에서 글 쓰고 책 읽고 있었다면 못 봤을 텐데,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을 텐데, 건강한 몸으로 길 위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게 나의 ‘배달하는 마음’이다.
- (「배달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