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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2421261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1장―언어는 나와 사회라는 존재의 집이다
2장―우리에게는 다의성이, 모호성이 필요하다
3장―누가 서술하고 누가 서술되는가?
4장―개성을 빼앗긴 사람들
5장―더 이상 연대를 끊지 않기로 다짐할 때
6장―증오는 의견이 아니다
7장―우파들의 어젠다
8장―범주는 언제 새장이 되는가?
9장―내가 나로 말하길 멈추지 않을 때
10장―대화에서는 모두가 승리한다
감사의 말
미주
리뷰
책속에서
어떤 단어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의미하고, 느끼는 바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면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풀어 번역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감정들은 특정한 언어 안에서만 살아 있다. 언어는 우리에게 세계를 열어주는 동시에 우리를 그 안에 가둔다.
백과사전, 품사, 시제 등 모든 면에서 인간에게 언어는 물고기에게 물과 같은 존재다. 언어는 우리가 완전히 알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를 형성하고 표현하는 생각과 삶의 소재다. 내가 이것을 깨달을 때, 내가 인식의 한계를 느낄 때, 비로소 내 안에서 겸허함이 싹튼다. 제한된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나에게 세상에 대한 겸허함이 자라난다. 나는 이러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이러한 한계를 변함없는 전제와 가정으로 간직한 채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길 소망한다. 우리는 한계를 깨달음으로써 무지하게 전제로 삼았던 것들을 상대화할 수 있다.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가정했던 것들,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존재하는 한계에 불과하다고 정의할 수 있다.
언어와 정치적 비인간화의 상호관계는 이 책에서 내가 다루려는 주제다. 나는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말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인간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쿠르트 투홀스키는 언어는 무기라고 했다. 그렇다. 언어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화자들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기가 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언어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언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언어는 우리에게 밤의 어둠 속에서 환하게 달빛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세계를 제한할 수 있지만 무한히 열어줄 수도 있는 것이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