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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408782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4-08-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인류학과 SF를 함께 읽기
[인식] 우리는 타자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솔라리스』와 타자에 관한 인류학
[의문] 돌아와야 할 순례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통과의례
[전환] 남자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블러드차일드」와 생물학적 재생산의 인류학
가상 민족지 ① 인류학 민족지로 다시 써보는 『시녀 이야기』
2010년대 중반 이후 길리어드 ‘시녀’들의 일상적 대응: 몸을 매개로 발현되는 출산 이데올로기의 폭력
[인지] 당신이 익힌 언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형성한다면
―「네 인생의 이야기」와 사피어-워프 가설
[상상] 성별을 제거한 사고실험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
―『어둠의 왼손』과 젠더 인류학
가상 민족지 ② 『어둠의 왼손』의 이야기, 그 후 5년 뒤 다시 방문한 게센
21. 다시, 성(性)에 관한 의문
[연대] 차가운 마천루 속의 따뜻한 시선과 날카로운 현실 풍자
―『타워』와 도시인류학
가상 민족지 ③ 『킨』의 주인공이 민족지를 쓴다면
와일린가(家)의 여자들에 대한 인물 노트
[모색] 사변적 아나키즘 실험과 현실의 국가 없는 사회
―『빼앗긴 자들』과 아나키스트 인류학
[공생]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괴물이자 유령으로 살아가기
―『파견자들』과 ‘인간 너머’의 인류학
에필로그: 세상은 더 많은 ‘착한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주
참고 문헌
인용 출처
리뷰
책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은 특히 두 가지에 주목한다. 그건 바로 ‘인류학’과 ‘과학소설(SF)’이다. 타자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인류학과 과학적 사실 혹은 가설을 배경으로 한 SF는 생각 외로 공통점이 많다. 두 분야 모두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대 인류학 연구 중 다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국민국가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 관한 비평과 더불어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비록 사용하는 언어와 피부색은 다를지언정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종이다. 같은 종으로서 공통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문화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연구, 즉 인간 집단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고찰을 통해 인류학은 우리가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실천적 지식을 제공한다. 결국 SF와 인류학은 미래를 향한 상상이라는 공통적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SF가 미래에 관한 픽션이라면, 인류학은 미래를 위한 논픽션이다.
『솔라리스』가 보여주듯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상태에서 절대적으로 낯선 타자를 향한 선물은 적절한 유대 형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애초에 무엇을 선물로 여길 수 있는지에 대해 사전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채로는 주는 이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것이 선물이다. 선물교환의 바탕이 되는 호혜성, 즉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었을 때 상대가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리라는 논리는 결국 타자를 자신의 거울로 삼아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낯선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타자와의 소통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